8년간 운영한 '010 직통 문자 민원' 종료
동시에 선거운동 정보 공유 목적 번호로
"성동구청장 업무 과정서 수집된 개인정보
선거용으로 활용시 위법 소지 있어"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6·3 지방선거에서 서울특별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사퇴한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이 구청장 재임 시절 '민원 창구'로 사용하던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해 선거운동 메시지를 발송한 것을 놓고 법적 논란이 일고 있다. 공무수행 과정에서 취득한 구민들의 개인정보를 사적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이나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정원오 전 구청장은 이날 성동구민들을 대상으로 '성동구민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대량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정 전 구청장은 메시지에서 "성동구청장으로서의 12년 여정을 마무리했다"며 "'정원오를 계속 쓰고 싶다' '나눠 쓰고 싶다'는 응원에 힘입어 나선 길이지만 임기를 온전히 채우지 못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 서울시민 모두의 일상을 편안하게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성동에서 입은 은혜를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인 '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른 지역 서울시민들께는 아직 낯선 이름일 수 있으니 제가 어떤 사람인지 지인들께 전해달라"며 "앞으로 저를 어떻게 더 잘 쓸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해달라. 그 한마디가 제게는 값진 힘이 될 것"이라고 사실상 지지를 호소했다.
아울러 추신(※)을 통해 "선거기간 동안 이 번호로 선거운동 정보를 보내드림을 양해해달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해당 메시지가 발송된 번호가 정 전 구청장의 행정 브랜드인 '010 직통 문자 민원 서비스'로 활용된 전화번호라는 점이다. 정 전 구청장은 2018년부터 이 번호를 공표하고 구민들과 소통해왔으나, 사퇴 직전인 지난 3일 "구청장 사임에 따라 해당 번호를 통한 문자 민원서비스가 종료된다"고 공지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구청장직 사퇴와 동시에 종료된 공적 서비스의 데이터베이스(DB)를 개인 선거운동에 곧바로 이식한 점을 놓고, 개인정보보호법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에 따르면 개인정보는 수집 목적 범위를 초과해 이용할 수 없으며, 동법 제59조는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권한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유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구청 업무를 위해 수집된 민원인 정보를 퇴직 후 예비후보자 개인의 선거용으로 쓰는 것은 전형적인 '목적 외 이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도 문제될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동법 제85조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알게 된 정보를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제255조(부정선거운동죄)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정 전 구청장이 최근 유튜브에서 구민들로부터 하루에 30건, 많게는 몇백 건의 문자 민원을 받았다고 언급했다"며 "그렇게 수집된 번호, 성동구청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수집된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선거용으로 쓴 것이라고 한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공적으로, 업무용으로 수집한 번호이기 때문에 이것은 성동구 민원인의 정보 아니겠느냐"라며 "성동구청장직을 맡았단 이유로 갖고 있던 것인데, 퇴직 후 개인이 이를 선거용으로 활용한다고 하면 공직선거법 위반도 성립할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분명 있으나 이는 통상 벌금형에 그쳐 당락에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은 좀 더 신중히 살펴봐야 할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지자체장이 재임 시절 구정 업무를 위해 확보한 데이터는 공적 자산이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라며 "사퇴 후 이를 개인의 선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수집 목적 외 이용 등에 해당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통상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당선무효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는 무리가 있겠다"고 짚었다.
최 변호사는 사퇴 후 이틀 만에 대규모 문자가 발송된 정황을 두고 "내부 DB를 유출하는 과정에서 현직 공무원의 조력이 있었다면, 해당 공무원이 '선거 관여 금지 조항' 위반 혐의로 처벌 대상이 될 수는 있겠다"면서도 "후보자 본인에게 선거법을 적용하려면 현직 공무원과의 구체적인 공모 관계가 입증돼야 하는데, 이미 사퇴한 후보자가 과거의 데이터를 들고 나간 행위만으로는 법적으로 모호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최 변호사는 "선관위는 통상 매수나 기부행위, 허위사실유포 등 직접적인 선거법 위반 행위를 주시하고 있다"며 "개인정보의 유출이나 유용은 선거법 밖인 개인정보보호법의 영역으로 보기 때문에 단속 의지가 낮은 측면이 있다. 따라서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야를 떠나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의문의 문자 폭탄과 DB 무단 활용을 근절하기 위해 선거 목적 정보 이용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이 6일 성동구민들에게 전송한 문자메시지.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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