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영문 성명 변경 어디까지 허용되나…'LEE→YI' 소송이 던진 기준 [디케의 눈물 358]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3.10 16:08  수정 2026.03.10 16:09

이모씨, 여권 영문자 표기 변경 청구…외교부 거부 처분에 소송

법조계 "실생활 써 온 영문 이름 있다고 여권 성명 변경 어려워"

"여권, 국적 증명 행사 공문서…변경 허용시 동일인 식별 곤란"

"범죄·신원 세탁 이용 우려도…여권 국제적 신뢰도 하락 가능성"

ⓒ게티이미지뱅크

여권의 영문자 표기를 'LEE'에서 'YI'로 변경해 달라고 낸 청구를 거부한 외교부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개인적 이름 선택'과 '여권의 공적 기능' 사이에서 후자에 무게를 둔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은 해외에서 국적과 신원을 확인하는 공식 문서인 만큼 단순히 평소 사용해 온 영문 이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로마자 성명 변경을 허용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특히, 변경이 반복적으로 허용될 경우 동일인 확인이 어려워지고, 국제적 신원 확인 체계에도 혼선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변경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대한민국 여권의 국제적 신뢰를 유지하는 데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덕)는 지난해 12월18일 이모씨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씨가 소송비용도 부담할 것을 명했다. 이씨는 "1차 여권 발급 시 '이'씨를 'YI'로 표기하여 신청했으나 담당 공무원이 임의로 'LEE'로 고쳐 발급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예정된 출국 일정상 여권을 재발급받을 시간이 부족해 출국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2019년 2차 여권을 발급할 때도 이씨는 "'YI'씨로 표기하여 발급받길 원했지만 담당 공무원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며 "직장에서의 출장 업무에 지장이 갈까 봐 어쩔 수 없이 'LEE'씨로 표기된 여권을 발급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씨는 2024년 5월 여권사무대행기관인 평택시청 송탄출장소 여권창구를 통해 여권 로마자 표기를 기존 'LEE'에서 'YI'로 변경해 줄 것을 신청했다. 그러나 외교부 측에서 "여권법 시행령에서 정한 로마자성명 정정·변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데일리안DB

이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YI'로 표기해 왔고 신용카드 발급 등 금융거래, 영어능력시험, 사원증 등에서 그렇게 썼으므로, 여권도 이에 맞춰 변경을 허용해달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외교부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은 해당 국민에게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생활상 불편을 제거해야 할 필요성이 큰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고도 생활상 불편이 아니라 단지 'YI' 표기를 선호하는 개인적 신념 때문에 변경 신청을 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아무런 불편이 없고 단지 개인적 만족을 위한 경우를 11호로 포섭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법원은 여권의 국제적 신뢰·동일인성 식별 기능을 중시하여 변경 허용을 엄격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실생활에서 써 온 영문 이름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곧바로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이 보장되기 어렵고 법령상 변경사유 해당성 및 공익·사익 비교형량에서 제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법원은 여권을 국적·신분 증명과 외교적 보호권 행사 기능을 가진 공문서로 보고 로마자성명은 외국에서 출입국심사·체류관리에서 핵심 식별정보이므로 변경을 넓게 허용하면 동일인 식별 곤란 및 대한민국 여권 대외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로마자 성명변경은 한글성명의 개명, 한글성명의 발음과 명백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 해외취업이나 유학 등에서 실질적으로 생활상 불편이 입증된 경우, 최초 여권을 사용하기 전 등에는 예외적으로 변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여권을 국가가 보증하는 국제적 신원확인 문서로 볼 수 있기에 이름이 계속 바뀌면 출입국 심사, 비자 발급, 국제 신원 확인 등에 문제가 생기고 만약 범죄·신원세탁에 이용된다면 우리나라 여권의 국제적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제한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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