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형사성공보수 무효' 대법 판례 깬 하급심 판결 나와
형사성공보수 찬성 측 "변호사들의 거액 착수금 요구 현상 사라질 것"
'유전무죄 무전유죄 고착화' 등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아
대한변호사협회 ⓒ데일리안DB
대법원 판례상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에 해당한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의 판례를 정면으로 뒤집는 하급심 판례가 나와 변호사 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3부(최성수 부장판사)는 법무법인 위(대표변호사 호제훈)가 의뢰인 A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약정금 소송에서 "피고들은 연대해 법무법인 위에게 3300만원 및 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던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는 11년 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라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 사건에 관한 성공보수 약정이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며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는 지난 1월 '성공'의 유형은 구속영장 기각, 보석, 구속취소, 무죄, 집행유예, 감형, 불기소처분 등 다양하므로 어떠한 결과가 성공으로 정해졌는지가 아니라 해당 약정이 변호사로 하여금 위법·부당한 수단을 동원하도록 유인하거나 형사사법 공정성과 적정성을 실질적으로 해할 위험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해당 소송에서 피고들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고 현재 대법원의 심리를 앞두고 있다.
변호사 사회에서는 형사 성공보수를 인정한 지난 1월 법원의 판결에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1월28일 성명서에서 "법원은 '성공보수 약정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자율에 맡겨져야 하고,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변호인이 충실한 변론을 할 동인을 약화시켜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판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 조력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며 수사 및 형사절차에서 정당한 방어권을 행사할 권리를 회복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법조인협회도 성명서에서 "형사사건에서의 무죄나 감형은 저절로 얻어지는 요행이 아니라 변호사들이 밤낮없이 기록을 검토하고 발로 뛰며 흘린 피땀과 노력의 결과"라며 "법원이 이를 인정하고 정당한 대가인 성공보수 지급을 명한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입각한 것으로 기존 전원합의체 판결의 오류를 바로잡은 지극히 타당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형사성공보수를 부활해야 한다는 법조인들은 "(형사성공보수 무효화로) 변호사들이 리스크를 대비해 처음부터 거액의 착수금을 요구하는 현상이 벌어졌고 오히려 의뢰인의 초기 비용 부담이 더 커졌다"며 "형사성공보수 부활은 이런 비정상적인 현상을 정상화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민사소송에서의 성공보수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만 가로막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도 내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판단해 온 종전 판례가 전관예우 등 부정적 영향을 제한하는 범위 내에서 성공보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경될지, 아니면 기존 판례가 유지될지에 대해 대법원의 판단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성공보수 부활에 반대하는 법조인들의 목소리도 일부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의뢰인이 거액의 성공보수를 약속해 소송에 유리하도록 전관 변호사를 고용하고, 결국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이른바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상이 더욱 고착화해 소송 전 과정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사명으로 규정한다'는 조항이 변호사법 1조에 명시돼 있을 만큼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인데 승소 시에만 보상을 받는 계약은 직무 윤리에 어긋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들이 '법조인'이라는 직업의 특수성도 한번 고려해 봤으면 좋겠다"며 "형사 성공보수라는 암묵적인 룰(규칙)이 일반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데일리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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