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이후 대법-헌재 위상 변화 전망...법조계 "수직적 견제 관계 예상"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6.03.13 14:45  수정 2026.03.13 14:45

헌법, 대법원에 법률 해석·적용 권한 부여

사법부 최고 권위 두고 자존심 싸움 지속 불가피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결을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사법개혁 3법'이 공표된 첫날인 12일 서울 헌법재판소 민원실에서 관계자들이 안내문 비치 등을 점검하고 있다.

법원의 최종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이른바 '재판소원' 도입 이후 우리 사법 권력의 양대 축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간 '자존심 싸움'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간 관계가 '병렬적 협력 관계'에서 '헌법재판소의 우위가 강화된 수직적 견제 관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소원제 도입을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전날 오전 0시 정부 관보에 게재되면서 공포·시행됐다. 헌법재판소는 전날 하루 동안 사건번호 '헌마', 사건명 '재판취소' 사건이 20건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재판소원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하거나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을 때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제도다.


재판소원제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 중 ▲헌재의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헌법·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를 대상으로 삼는다.


재판소원은 법원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청구가 가능하다.


헌재 "결정 따르지 않으면 위헌" 법원 "실무 혼란 우려"


재판소원 시행 전후로 두 기관은 제도를 둘러싼 신경전을 이어갔다. 헌법재판소 측은 법원이 재판소원 결정에 따르지 않을 때 "중대한 헌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헌법재판소의 분명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반복해서 동일한 결정을 내린다면 법관의 위헌·위법한 행위로도 치환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 법원장들은 전날 충북 제천의 한 리조트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재판소원 도입과 관련해 "국민생활과 사법제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에도 개정 헌법재판소법 규정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관련 법률 개정이 병행되지 않았다"며 법 시행 후 재판 실무와 제도 운영에 초래될 수 있는 혼란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법령의 정비, 유관기관 협의 등을 통해 국민에게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사법부 최고 권위' 두고 당분간 자존심 싸움 계속될 듯"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헌법재판관도 장관급의 예우를 받는 고위직이지만, 평생 판사 길을 걸어온 이들에게 '최고의 명예'는 단연 대법관"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헌법과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한다. 특히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어 대법원에 법률의 해석·적용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된 후 헌법 및 법률의 최종 해석 권한을 두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사이의 사법부 최고 권위를 둘러싼 자존심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일단 헌법재판소 측은 재판소원 도입 시 연간 최대 1만5000건의 사건이 추가로 접수될 것이라면서도 대부분 각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그동안 법 해석의 종국적 권한을 두고 상대적으로 대법원에 밀릴 수밖에 없었던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 도입을 통해 사법부 내 최고 권위를 가진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변호사는 "재판소원이 도입되면서 해외 재판소원 판례를 연구하기 위한 인력 및 예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헌법재판소가) 대법원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여러 시도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황도수 변호사는 "법 논리적으로 이제 헌법재판소가 우위에 선 것은 틀림없다"며 "헌법재판소가 최고 법원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감시가 필요한데 대법원이 어떤 역할을 할지가 다음 과제로 남았다"고 분석했다.


대법원 현판(사진 왼쪽)과 헌법재판소 현판. ⓒ데일리안DB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