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공천 미등록 쇼크' 국민의힘 '흔들'
'혁신 선대위 출범, 인적청산' 등 절윤 선언
후속조치 요구에 장동혁 대표 고심 깊어져
늦었다 생각할 때는 늦어…당장 시작해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당대표실을 나와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현재 국민의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사자성어가 몇 개나 될까. 자중지란(自中之亂)부터 설상가상(雪上加霜), 진퇴양난(進退兩難), 내우외환(內憂外患)까지 어떤 사자성어를 붙여도 국민의힘의 상황에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사자성어들이 국민의힘에 붙는 이유는 단 하나 윤석열 전 대통령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뜻하는 '절윤(絶尹)'의 후속조치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국민의힘을 암울하게 만드는 주된 이유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지난 9일 3시간 20여분 간의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절윤'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해 발표했다. 지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이후 정확하게 460일만에 나온 '절윤' 선언이었다. 직접 그 결의문을 읽지 않아 논란이 일었지만, 장동혁 대표도 그 자리에 있었고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절윤 선언은 국민들에게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그날 발표된 것은 '말 뿐인 절윤'에 불과하다는 지적에서다. 특히 절윤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필수적인 후속 조치들이 당내에서조차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은 당시 의원총회에 참석했던 의원들조차 이 선언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단 걸 보여주는 근거다.
그리고 그 의구심은 현역인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의 '공천 미등록 사태'로 극에 달했다. 오 시장은 절윤의 후속조치로 인적청산, 일부 인사에 대한 징계 철회, 혁신 선거대책위원회의 조기 출범 등을 내걸었다. 오 시장의 공천 미등록 선언이 당에 충격을 던진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당연히 현역 시장이 공천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실상 장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하는 혁신 선대위의 조기 출범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이런 요구가 왜 분출되는지 장 대표 본인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공은 다시 지도부로 넘어갔다. 사퇴 후 이틀 만에 복귀한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재차 서울시장 후보 추가 공천 접수의 문을 열어놨지만, 오 시장 측은 여전히 혁신 선대위 출범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을 공천의 문으로 인도하기 위해선 장 대표가 직접 강성 당원층을 직접 설득하거나, 인적 청산을 실시하거나, 새로운 당 이미지를 상징할 인물을 전면에 세우는 등 절윤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제 6·3 지방선거까지 남은 시간 80일이다. 오 시장의 공천 미등록 사태가 터지기 전,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절윤 선언에 물어볼 때마다 항상 들었던 말이 있다. 절윤 선언의 진정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너무 늦었다"라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1주년 때, 올해 2월 19일 윤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았을 때와 같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묻은 표현이었다. 동시에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서두르면 된다"는 말도 자주 들었다. 이 말들은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충분히 적용된다.
과거 개그맨 박명수 씨가 코미디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꺼낸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라는 발언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지금 국민의힘의 상황이 딱 그렇다. 절윤 선언이 늦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지금이 진짜 늦은 시기인 것은 맞다. 하지만 박명수 씨의 발언이 '명언'으로까지 회자되는 건 그 직후 나온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해라"라는 말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여전히 당을 짓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장 대표가 언제까지 침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절윤 결의가 당을 살릴 마지막 전환점이 될지, 또 하나의 선언으로 끝날지는 결국 장 대표의 결단과 리더십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박명수 씨의 말을 빌리지만 "지금 당장 시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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