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에서 건전성 지표가 일제히 악화되고 있다. ⓒ각 사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에서 건전성 지표가 일제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자영업자·중소기업 등 취약 차주(대출자)가 원리금 상환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한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 리스크도 겹치면서다.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면 대출 부실이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평균값(이하 단순평균)은 0.46%로 집계됐다.
작년 12월 말(0.36%)과 비교해 두 달 사이 0.1%포인트(p) 올랐다.
대출 주체별 연체율은 ▲가계 0.35% ▲대기업 0.11% ▲중소기업 0.67% ▲전체 기업 0.56%다.
지난해 말보다 가계 0.05%p, 대기업 0.08%p, 중소기업 0.17%p, 전체 기업 0.15%p 뛰었다.
금리 상승과 경기 부진에 가장 취약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이 포함된 중소기업 연체율의 오름폭이 가장 컸다.
5대 은행의 2월 말 기준 전체 원화 대출 고정이하여신(3개월이상 연체·NPL) 비율(0.40%)도 지난해 말(0.34%)보다 0.06%p 높아진 상태다.
역시 중소기업 NPL 상승 폭이 0.12%p(0.48%→0.60%)로 가장 컸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출 부실 위험도 갈수록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사태로 유가가 계속 오르고 공급망 불안이 이어질 경우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금리 인하 사이클을 조기 종료하거나 서둘러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늘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본 전망은 아니지만 이번 회의에서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일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물가상승 압력을 이유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은행의 경우 아직 통화정책 방향 전환 등과 관련해 시장에 뚜렷한 신호를 주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연내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로 한은이 올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 0.25%p씩 올려 연말 최종 금리가 연 3.0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금리는 이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은행채 1년물과 5년물 금리는 이란 사태 직전 2월 27일 각 2.900%, 3.572%에서 이달 20일 현재 3.033%, 3.907%로 불과 약 20일 사이 0.133%p, 0.335%p씩 뛰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건설 경기 부진 등으로 PF 부실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는 가운데 전쟁 장기화로 금리까지 빠르게 올라가면 대출 원금과 이자를 못 갚는 자영업자, 중소기업, 가계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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