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통제vs과제] 기업 강제 이전…균형 발전 ‘명분’, 인재 유출 ‘현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3.27 07:30  수정 2026.03.27 07:30

정부, HMM·공공기관 부산 이전 추진

지방 균형 발전 vs 기업 자율성 침해

금융·비즈니스 기반 서울에 몰린 상황

무리한 이전 행정 효율성 저해할 수도

사무금융노조 HMM지부 조합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본사 부산 강제 이전 반대 및 생존권 사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이 해양·해운 분야로 확산하면서, HMM과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들을 둘러싼 ‘지방 이전’ 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책 명분과 산업 현실 간 괴리가 뚜렷해지면서 업계 긴장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 이전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해양·항만 산업의 거점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해수부 산하 기관들을 부산 등 해양 거점 지역으로 집적시키는 방안이 가시화한 상황이다. 공공기관과 함께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까지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논쟁이 한층 확대됐다.


해수부 산하 주요 기관들은 이미 상당수가 부산 영도 해양클러스트 등에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해양 정책, 연구, 안전, 물류 지원 기능을 지역에 집적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현장에서는 인력 확보와 운영 효율성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재 해운·금융·물류 분야 핵심 인력 상당수는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지방 이전이 가시화하면 인력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게 관계자들 전망이다.


실제로 과거 공공기관 이전 사례에서도 이전 발표 이후 직원들의 퇴사나 전직이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효율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책 기능과 현장 기능의 분산, 수도권·세종시 부처와 협업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무리한 이전은 행정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운·항만 정책은 금융, 산업, 외교와 긴밀히 연결돼 있어 서울 중심 네트워크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양수산부가 세종에서 부산 동구 IM빌딩(본관)·협성타워(별관) 임시청사로 단계적 이전을 시작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이사업체 관계자들이 첫 이삿짐을 부산 본관 건물로 옮기고 있다. ⓒ뉴시스

HMM은 사정이 더욱 복잡하다. 글로벌 해운업은 네트워크와 의사결정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다. 본사가 위치한 곳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금융, 물류, 인재가 결합한 전략 거점의 의미를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적 판단에 따라 본사 이전이 추진될 경우, 글로벌 선사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해운업 관계자는 “시장의 논리가 아닌 정치적 잣대로 기업의 위치를 결정하는 행위는 결국 주주 가치 훼손과 대외신인도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대주주라는 지위를 이용해 민간 영역의 경영 판단에 개입하는 것은 관치 금융과 관치 경제 회귀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부 의지는 강경하다. 해양 산업 특성상 부산 등 항만 중심지로의 집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현장과 가까운 곳에서 정책과 산업이 결합해야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논리다.


부산은 세계적인 항만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어 해양 클러스터 형성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도 사실이다.


결국 관건은 ‘강제성’과 ‘속도 조절’이다. 해수부 산하 기관과 HMM을 단순히 물리적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인재가 함께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교육·의료·주거 등 정주 여건과 함께 금융·비즈니스 기반을 동시에 구축하지 않을 경우, 이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과 교수는 지난해 “금융기관, 대기업 본사 대부분은 수도권에 몰려있는데 HMM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하면 화주 영업, 선박 금융이 제때 이뤄지기 어렵다”며 “부산 이전은 HMM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보다는 새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정부·여당이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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