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직후 2.4조원 증자"…한화솔루션, 재무·전략·거버넌스 3중 논란 확산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3.27 13:46  수정 2026.03.27 13:46

정관 변경 이틀 만의 기습 공시에 거버넌스 신뢰 하락

13조원 빚 앞 1.5조원 상환은 신용등급 방어용 분석

업황 부진 속 9000억원 규모 기술 투자의 선후 논란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한화

한화솔루션이 재무 구조 개선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증권가에서는 이례적으로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가 나오며 기업 거버넌스와 사업 전략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졌다. 특히 이번 결정이 주주총회 직후 이뤄진 점에 대해 주주들의 불만이 커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2조397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한화솔루션은 확보한 자금 중 1조4899억원을 재무 구조 개선에 활용하고 나머지 9077억원을 미래 태양광 사업에 투자해 2030년 연결 기준 매출 33조원, 영업이익 2조9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년간 여수 산업단지 내 유휴 부지 등 1조6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고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시행해 왔다.


이 같은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태양광과 화학 산업의 동반 부진이 이어지며 신용등급 하락 압박이 거세졌다. 한화솔루션은 재무 건전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시장의 우려에 대응하고자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등을 상환해 연결 부채비율을 150% 미만으로 낮추고 순차입금을 약 9조원 수준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부채비율 100%, 순차입금 7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또한 9000억원을 투입해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파일럿 라인과 기가와트 규모의 양산 라인을 구축하는 등 태양광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증자 발표 시점을 둘러싼 거버넌스 논란이 거세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발행 예정 주식 총수를 기존 3억주에서 5억주로 확대한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정관 변경 이틀 만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전격적으로 발표하며 경영진이 주총 이전에 이미 증자 계획을 수립하고도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새로 선임된 이사진이 부임 직후 이틀 만에 이처럼 중대한 자본 확충 결정을 내린 점에서도 이사회의 충분한 검토 여부와 거버넌스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다.


​재무 구조 개선이라는 명분 역시 수치상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이 중론이다. 한화솔루션이 이번 증자로 1조5000억원의 빚을 갚겠다고 밝혔으나 2025년말 기준 회사의 순차입금 규모는 13조원에 육박한다. 차입금 대비 약 10% 남짓한 수준의 상환으로는 실질적인 재무 구조 개선보다 무너지는 신용등급을 방어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태양광 업황 악화가 지속돼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당장 수익 창출 시점이 불확실한 차세대 기술에 90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투입하는 전략이 최선이었는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시각도 확산했다. 기업의 미래 기술 선점은 중요하지만 현재와 같은 재무 구조 하에서는 투자의 우선순위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힘을 얻었다.


​증권가와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유증을 발표한 직후 주가는 18% 넘게 급락했다. 이번 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약 7200만주로 기존 발행 주식 수의 40%가 넘는 물량이 시장에 추가된다. 급격한 지분 가치 희석이 불가피해지자 일부 증권사는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하고 목표주가를 대폭 낮췄다.


불만이 고조되면서 주주들도 직접 행동에 나섰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는 1800여명의 주주와 함께 금융감독원에 유상증자 타당성 검토를 요구하는 중점심사 탄원서 제출을 진행 중이다.


액트 측은 조달 자금의 62%가 차입금 상환에 쓰이는 점을 지적하며 자금 사용 목적의 타당성 검증과 신규 이사회의 의사결정 절차 적정성을 엄중히 심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액트에 따르면 26일 밤 기준 불과 하루 만에 1826명의 주주가 결집했으며, 이들이 모은 주식은 68만 7108주(지분율 0.40%), 결집 금액은 309억원을 넘어섰다. 주총 직후 기습적인 증자 발표와 주가 폭락에 분노한 주주들의 참여가 급증하는 추세다.


한화솔루션은 주주 달래기를 위해 향후 5년간 연결 당기순이익의 10%를 주주 환원에 활용하고 주당 최소 300원의 배당을 보장하는 정책을 공개했다. 다만 주가 하락 폭에 비해 환원 규모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유상증자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미미하다"라며 "2025년말 기준 순차입금 규모는 약 13조원에 달하며 1.5조원의 자금 상환으로는 차입금을 의미 있게 축소시킬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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