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3.28 06:22  수정 2026.03.28 06:22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대원들이 열병식을 펼치고 있다. ⓒ AP/뉴시스


첫 번째 접촉, 조짐이 좋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시작됐다. 파키스탄이 중개자(mediator)로서 미국과 이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1차 접촉 결과, 미국은 15개 종전 안을 제시했고 이란은 “비현실적이고 과도하다”며 거부했다.


대신 이란은 5개항의 종전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들이 대부분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대다수 언론이나 관측통은 상황을 매우 비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쉬운 협상이었으면, 전쟁까지 갔겠나? 전쟁이 터지기 전에 협상이 타결되고 평화롭게 잘 지내지 않았겠나?


필자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필자는 첫 접촉 결과가 매우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트럼프도 이란도 모두 협상해야 하며, 빠른 시일 내 협상을 타결해야 해 어지간하면 협상을 마무리하고 종전하고 싶다.


여기까지는 트럼프도 이란도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다만 국내에는 승리를 주장할 수 있는 종전안이라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트럼프와 이란의 입장이 완전히 갈린다. 전형적으로 로버트 퍼트남의 이중 게임 이론(double game theory)이 적용되는 대목이다. 여기서 미국과 이란이 머리를 좀 써야 한다. 국내 여론을 달래기 위해.


길고 어려운 종전 협상


사실 대부분의 종전협상은 어렵다. 당장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만 해도 4년째 협상이 진행되지만 지지부진이다.


1970년대 베트남 종전 협상은 시작 1968년 5월 시작해 처음에는 협상 테이블 모양을 놓고도 몇 달을 다툴 정도로 협상이 지지부진했고, 4년 8개월만인 1973년 1월 27일 마침내 파리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됐다.


그 사이 미국은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으로 바뀌었다. 북아일랜드 평화 프로세스는 1996년 6월 시작해 1998년 4월 ‘성금요일 협정(Good Friday Agreement)’이 체결되기까지 22개월이 걸렸고, 영국은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정권이 교체됐다.


협상을 주도한 미첼 전 미국 상원의원은 협상의 어려움을 ‘700일의 실패와 단 하루의 성공’이라 표현했다.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은 1977년 11월 시작해 1979년 3월체결의 결실을 맺었다. 적국인 이스라엘을 방문한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의 결단으로 1년 4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협상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첫 단계는 양 당사자 간에 불신이 너무 심해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단계다. 중개자고 뭐고 모두 필요 없다. 다음 단계는 중개자를 두고 대화하는 단계다. 그 다음 단계는 직접 마주앉는 단계다.


이쯤 되면 중개자가 아니라 중재자(arbitrator)가 필요하다. 직접 마주 앉더라도 협상은 몇 개의 작은 단계로 나뉠 수 있다. 우선 양 당사자가 모든 의제에 합의하면 가장 좋겠지만, 항상 모든 의제를 논의하고 합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제는 합의하고, 어떤 의제는 테이블 위에 올린 자체로 성공이고, 어떤 의제는 테이블 아래에서만 논의하고 테이블 위에 올리지 않는다. 이견이 심한 의제는 아예 꺼내지도 못한다. 그런데 미국이 15개나 되는 의제를 던져주고, 이란은 5개를 되던졌다는 자체가 중요하다.


미국과 이란의 ‘상호 배려’


우선 미국이 15개나 되는 길고 장황한 리스트를 보낸 자체로 미국의 선의가 엿보인다. 15개의 제안 가운데는 현실성 있는 제안도 있고 말도 안 되는 제안도 있다. 꼭 필요한 요구조건도 있고, 그냥 끼워넣은 요구조건도 있다.


미국인인들 말이 되고 안 되고, 꼭 필요한지 아닌지 판단 못할까? 그런데도 굳이 말도 안 되는 제안, 곁다리 제안을여럿 포함시킨 것은, 이란의 협상 창구를 위한 배려다.


이란의 협상 창구에게 “내가 미국 요구를 몇 개씩이나 제외하고, 협상 타결했어”라고 자랑할 수 있는 명분을 주려는 것이다. 이렇게 트럼프가 이란 협상 창구의 입장을 배려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이란의 태도다.


이란은 미국의 요구가 “비현실적이고 과도하다”고 거부하고, 5개항을 역제안했다. 이란이 협상에 응할 생각이 없으면 중개자를 문전 축객하면 된다. 그런데 파키스탄 중개자를 집안에 들이고 중개자가 들고 온 미국의 제안을 검토했다.


미국의 제안을 읽어보고 정말 비현실적이고 과도하다고 생각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거부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어쨌든 이란은 조금 뜸을 들이다가 역제안을 보냈다. 그건 일부 제안은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사인을 보낸 것이다.


다만 이란 국민들에게 미국의 제안을 쉽게 수용하지 않는다는 결기를 보여주고, 미국 국민에게는 ‘트럼프가 이란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강경한 자세로 이란을 대한다’는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다.


종합하면, 트럼프와 이란이 서로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할 수 있다.


트럼프 각료회의 주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개전 이후 27일 만에 처음으로 전 장관을 소집해 각료회의를 주재했다. 트럼프가 모두 발언하는 동안 몇몇 장관들이 몇 차례나 낄낄 거리고 웃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회의 분위기는 밝고 화기애애했다.


아마도 종전 협상을 앞두고 미국 정부의 총의를 모으면서, 한편 ‘개선장군’으로 미국민 그리고 세계인에게 이미지를 전달하는것이다.


CNN이 자막으로 전하는 트럼프의 발언도 “나, 전혀 절박하지 않아(the opposite of desperate)”였다. 화면만 놓고 보면 샴페인만 없을 뿐 이미 승전국의 여유가 넘쳐흘렀다.


이란도 연일 수뇌부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자칫 한 곳에 모였다가 개전 첫날처럼 두 번째 몰살을 당할까 봐 모두가 전전긍긍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거룩한 순교니 뭐니 하며 추모해 봐야 내 죽고 나면 무슨 소용 있겠나? 그래서 이란 수뇌부는 대책회의조차 깊은 땅굴 속에 숨어서, 온라인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종전 협상의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서로 협상의 승리를 주장할 수 있는 선에서 협상은 타결될 것이다. 미국은 15개조 가운데 절반가량을 양보하고, 이란은 5개 가운데 한두 개를 챙기는 선이 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15개조 가운데 절반가량을 얻어냈다고 주장할 것이고, 이란은 서너 개 밖에 양보하지 않고 일고여덟 개를 양보 받았다고 선전할 수 있을 것이다. 참, 두 나라 사이를 오가며 메시지를 전달한 파키스탄의 역할은 중재(仲裁·arbitrate)가 아니라 중개(仲介·mediate)다. 영어권 언론은 철저하게 ‘mediate’ 중개로 쓰고 있다.



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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