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재학생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스팟뉴스팀 (spotnews@dailian.co.kr)

입력 2011.04.07 13:45  수정

올해만 3명 자살…학교 측, 차등수업료제 폐지 검토

올 들어 학생 3명이 잇따라 자살한 카이스트(KIAST, 한국과학기술원)에 6일 한 재학생이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내걸었다.

카이스트 3학년 허모씨가 학교식당 앞 게시판에 내걸은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4000 학우다´라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문제는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 지급하는 등록금 정책과,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재수강 제도 등 학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학내 분위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에만 3명의 학우가 우리 곁을 떠났다"며 "우리는 학점 경쟁에서 밀리면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고, 힘들어도 학우들과 고민을 나눌 여유조차 없다"며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학교는 대외적으로는 개성 있고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표방하지만 학교는 우리를 컨베이어 벨트 위에 줄 세워 놓고 틀에 억지로 몸을 끼워 맞추도록 강요한다"면서 "우리는 진리를 찾아 듣고 싶은 강의가 아닌, 학점 잘 주는 강의를 찾아다닌다"며 "진리의 전당은 여기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자보엔 카이스트 재학생들에게 당부하는 내용도 있었다. 허씨는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우리"라며 "카이스트를 정말 사랑한다면 주체가 되어 불합리한 것들에 맞서 함께 바꿔나가자"고 당부했다.

앞서 4일 서남표 총장은 공식 홈페이지에 "이 세상엔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며 "궁극적인 해결책은 각자 마음과 자세에 달려있고,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항상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글을 올려 학생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카이스트 재학생 3명의 자살사건은 지난달 29일 4학년 장모씨(25)가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달 20일에는 경기 수원시에서 2학년인 김모씨(19)가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으며, 지난 1월 8일에는 1학년 조모씨(19)가 자살했다.

한편, 카이스트 측은 사건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차등 수업료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정 성적 이하의 학생에게 등록금을 내도록 하는 현행 제도를 폐지하거나 크게 축소하는 쪽으로 개선이 될 전망이다.

카이스트는 2006년 서 총장 취임 이후 이듬해부터 학칙을 개정, 일정 성적 이하의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일부 또는 전액 내도록 하는 차등 수업료 징수제를 시행해왔다. 그 이전까지 학생들은 수업료 전액을 국비 장학금으로 면제받았다.

이번 학기에 적용된 수업료 정책을 보면, 학기당 평점(4.3 만점)이 3.0 미만이면 0.01학점당 6만3000원씩 수업료를 내야 한다. 성적이 미달된 첫 학기엔 학생이 내야 하는 수업료의 절반을, 다음 학기에 또 미달하면 4분의 3, 세번 연속 미달 때는 전액을 납부하도록 돼 있다. [데일리안 = 스팟뉴스팀]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스팟뉴스팀 기자 (spotnew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