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무리수…걱정부터 앞서는 ‘윤석민 카드’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11.10.12 11:10  수정

물집 부상에도 불구 4차전 선발 낙점

이후 경기 생각않는 무리한 투수운용

2패(1승)로 벼랑 끝에 몰린 KIA 조범현 감독이 에이스 윤석민을 4차전 선발로 내세운다.

조범현 감독은 11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0-2 영봉패를 당한 뒤 “내일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까 윤석민을 선발로 택했고 본인도 던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윤석민은 선발로 나선 지난 8일 1차전에서 9이닝동안 109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승 했다. 사흘만의 등판. 자칫 무리수로 이어질 수 있는 초강수 카드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물집 부상 중인 윤석민은 3일만을 쉰 뒤 4차전 선발로 나선다.

윤석민, 과연 제 컨디션일까?

사실 윤석민은 체력이 그리 뛰어난 투수가 아니다. 올 시즌 4관왕이라는 괄목할 성적을 냈지만 코칭스태프의 철저한 체력안배 시스템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윤석민은 올해 25번의 선발 경기를 치렀다. 이 가운데 7일 이상 등판 간격이 무려 13차례에 이르고, 6일간격도 8번이나 된다. 반면 5일 간격은 5차례에 그쳤다. 대개 5선발 체제에서 5일 또는 6일 간격으로 등판하는 점을 감안하면 윤석민은 충분한 휴식일을 보장받은 셈이다. 이는 충분히 쉬어야 제 컨디션을 발휘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욱 큰 문제는 윤석민의 손가락에 잡힌 물집이다. 윤석민은 1차전이 끝난 뒤 “중요한 경기다 보니 평소보다 공을 더 세게 던졌다"며 오른손 엄지와 검지에 물집이 3개나 잡혔다고 밝혔다. 윤석민의 부상 부위는 그의 주무기 슬라이더의 그립을 잡는 위치와 일치한다.

경기 도중 물집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조기 강판의 불상사도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5차전이 가장 좋은 예다. 3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두산 선발 히메네스는 엄지손가락 물집이 벗겨지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후 두산은 곧바로 4실점, 5-6으로 역전패했다.

물집이 벗겨지면 새살이 실밥과 마찰하기 때문에 공을 던질 때마다 통증이 발생한다. 계속 던지면 피가 손에 맺히게 돼 교체할 수밖에 없다. 보통 투수들은 손에 물집이 잡히면 아물 때까지 5일에서 10일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손에 물집이 잘 잡히기로 유명한 SK 마무리 엄정욱이 30개 이상의 공을 던지면 일주일을 쉬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조범현 감독의 투수운용은 이번 시리즈 들어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긴다.

이겨도 5차전이 더 문제

이번 준플레이오프 들어 조범현 감독의 투수 운용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긴다. 컨디션 좋은 투수를 계속 끌고 가다 이후 경기를 염두에 두지 않는 모양새다.

2차전에서 72개의 공을 던진 한기주는 무리시키지 않는 한 4차전까지 나설 수 없다. 3차전에서 3.1이닝동안 1피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펼친 김진우도 37개의 공을 던졌기 때문에 5차전에나 등판이 가능하다. 원포인트 릴리프로 마운드에 올린 심동섭과 유동훈, 손영민은 불안하다는 이유로 부리나케 투수교체를 지시했다. 자신감을 잃은 이들이 남은 시리즈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 윤석민의 4차전 선발 카드다. 조범현 감독은 당초 4차전 선발로 양현종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처음 마음먹은 대로 양현종을 내세운다면 윤석민은 이틀을 더 쉰 뒤 5차전에 등판할 수 있게 된다. 충분히 쉰 윤석민의 위력은 지난 1차전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양현종은 올 시즌 제구가 잡히지 않아 최악의 한해를 보냈지만 SK전에서만큼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설령 양현종이 조기에 불안감을 노출하더라도 그때 가서야 윤석민을 투입해도 늦지 않지만 조범현 감독의 선택은 초반에 기선을 잡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반대로 윤석민이 물집 부상 또는 난타를 당해 조기에 무너진다면, 답이 나오지 않게 된다. 불을 끄기 위해 등판할 양현종의 무게감은 윤석민에 비할 바가 못 된다. 1~3차전에서 좀 더 유연한 불펜 운영을 했다면 이번 시리즈에 좋은 모습을 보인 한기주와 김진우가 뒤를 받칠 수 있다는 아쉬움도 진하게 남는다.

현재 KIA의 문제는 마운드가 아닌 침묵 중인 타선에 있지만 조범현 감독은 시리즈 내내 투수교체 타이밍에만 고심하는 모습이다. 1차전에서는 차일목의 깜짝 만루포가 아니었다면 경기를 어렵게 풀어갈 공산이 컸고, 2~3차전에서는 최희섭 홀로 빛났다. 번트 등 작전 수행 능력은 최하 수준이고, 진루타를 쳐야할 타자들은 풀스윙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KIA 4차전을 승리한다 하더라도 시리즈를 잡기 어려운 이유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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