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레즈 입놀림' 재점화된 맨유·리버풀 갈등
최근 시들해진 라이벌 구도 부활
수아레즈 사과 불구 앙금 여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리버풀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을 대표하는 명문이자 대표적인 ‘앙숙’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이런 라이벌 구도가 다소 시들해진 감이 있었다. 맨유가 꾸준히 우승기록을 쌓아가는 동안, 리버풀은 몇 년간 하향세를 겪으며 유럽축구 정상권에서 밀려나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맨유와 리버풀간의 갈등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다시 불이 붙었다. 그것도 유럽축구에서 가장 민감한 금기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인종차별’이라는 시한폭탄급 이슈가 연관돼 있었다. 양 팀 모두 외국인 선수가 논란의 당사자였다는 점도 이채롭다.
지난해 10월 양 팀의 경기도중 맨유의 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프랑스)는 "리버풀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즈(우루과이)로부터 경기 도중 최소 10번 이상의 인종차별적 폭언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이에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백인인 수아레즈가 흑인인 에브라를 향해 "검둥이(negro)"라고 모욕한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수아레즈는 8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4만 파운드(약 7200만 원)이라는 중징계를 받아야 했다.
수아레즈가 "검둥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은 맞지만 우루과이에서는 인종차별적인 의미를 지닌 표현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그 말을 믿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리버풀의 케니 달글리시 감독은 수아레즈의 처벌이 여론에 의한 마녀사냥이라며 불만을 표시했고, 리버풀 팬들은 수아레즈를 지지하는 티셔츠를 제작해 단체로 착용하며 ‘인종차별 옹호’가 아니냐는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1일 경기는 수아레즈와 에브라가 지난 인종차별 파문 이후 처음으로 다시 만나는 경기였다. 두 선수는 모두 이날 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보통 스포츠 경기 전에는 양 팀 선수가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며 악수를 한다. 에브라는 수아레즈가 다가오자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수아레즈는 그를 무시하며 손을 피했고, 화난 에브라는 그의 팔목을 잡으며 항의성 포즈를 지었으나 거칠게 뿌리쳤다. 이 광경을 목격한 에브라의 팀 동료 리오 퍼디난드도 수아레즈의 악수를 거절하며 불쾌감을 표현했다. 맨유 팬들은 경기 내내 수아레즈가 볼을 잡을 때마다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퍼디난드에게도 인종차별 문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퍼디난드의 친동생인 안톤 퍼디난드(퀸스파크 레인저스)는 최근 리그 경기 도중 첼시의 수비수 존 테리로부터 역시 인종차별적인 폭언을 들은 사실이 알려졌다.
존 테리는 리오 퍼디난드의 대표팀 동료이자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이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테리는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직을 박탈당하는 징계를 받았고, 이에 항의하던 파비우 카펠로 대표팀 감독마저 유로 2012 본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하차하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프로축구에서부터 대표팀에 이르기까지, 잉글랜드 축구 전체가 인종차별 파문이 가져온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맨유는 이날 리버풀에 2-1로 승리했다. 수아레즈는 이날 만회골을 기록했지만 승부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날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오히려 경기 후에 나왔다. 에브라는 그라운드를 걸어가는 수아레즈의 앞을 지나쳐가며 승리의 세리머니를 취했다. 다분히 도발의 의도가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수아레즈는 모른 척 무시했지만 리버풀의 동료인 스크르텔이 에브라를 밀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에브라의 팀동료인 하파엘도 에브라의 세리머니를 그대로 따라하며 리버풀 선수들의 심기를 자극했다.
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경기 후 수아레즈의 악수 거부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수아레즈는 리버풀의 수치다. 그런 선수는 다시 리버풀에서 뛸 수 없게 해야 한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달글리시 감독은 "수아레즈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선수를 감쌌고, 수아레즈 역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며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수아레즈는 "경기 후 달글리시 감독과 얘기를 나눴고, 올드트래포드에서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공식 사과했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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