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 졸리가 가슴을 드러내는 연기로 화제를 모은 영화 '베오울프' 예고편의 한장면. 인터넷 화면 캡처.
“현대 여성들이 유방암에 많이 걸리는 것은 가슴이 커졌기 때문이다.”
플로렌스 윌리엄스는 ‘가슴, 자연적인 그리고 비자연적인 것의 역사(Breasts: A Natural and Unnatural History)’이라는 책에서 이같이 주장한 바 있다. 그녀는 이 책에서 미국의 여성이 착용하는 브라 사이즈가 한 세대 만에 34B에서 36C로 커졌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1940년대 이후 유방암발병률이 두 배 높아졌다고 했다.
그렇다면 가슴이 커질수록 왜 유방암에 잘 걸린다고 말하는 것일까? 유방이 클수록 위험 물질에 노출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컨대 살충제나 페인트 안에 있는 유해물질이 가슴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큰 가슴은 유해물질의 저장고라는 것이다. 다른 연구들에서는 큰 가슴은 비만에 따른 것이고 비만은 유방암의 발병과 높은 관련성이 있다고 밝힌다.
미국 캘리포니아 23andMe 유전자회사의 니콜라스 에릭슨(Nicholas Eriksson) 박사도 논문을 통해 가슴이 큰 여성일수록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의학 전문지 'BMC Medical Genetics'에 발표한 그의 논문은 브래지어의 사이즈와 강한 상관 관계가 있는 7개의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다고 밝히고 있다.
2006년 하버드 대학교 연구팀의 연구결과에서는 유방이 큰 젊은 여성이 장래에 유방암의 리스크가 약간 높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브래지어가 D컵 이상인 여성은 A컵 이하인 여성에 비해, 유방암의 리스크가 유의적으로 증가했다.
큰 가슴은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인데 이는 진화과정에 습득한 사바나 효과(Savanna effect)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원시시대가 아니다. 풍만한 가슴이 더 뛰어난 유전자와 생존 가능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작은 가슴의 여성들은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큰 가슴은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더구나 큰 가슴을 지닌 여성들은 척추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유를 수유할 때 아이들에게 유해물질을 전할 가능성이 높다. 즉 유해물질이 큰 가슴에 많이 담길 수 있으므로 본인만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치명적인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최근 가슴 절제 수술을 밝혀 큰 충격과 지지를 받았다. 안젤리나 졸리는 큰 가슴을 지닌 섹시스타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해왔다. 많은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것은 안젤리나 졸리의 큰 가슴이었다.
2007년 안젤리나 졸리의 전체 가슴이 영화 '베오울프(Beowulf)' 에 3D입체 효과를 통해 그대로 노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유방암의 발병 가능성 때문에 과감하게 그 가슴을 잘라내기로 했던 것이다. 사실상 이는 섹시스타 안젤리나 졸리의 존재감을 절제하는 것과 같은 결정이었다.
이는 큰 가슴이 지닌 역설이라고 할 만하다. 여성의 정체성을 갖는 것으로 여겨지는 가슴을 절제한 사실을 돌직구로 대중들에게 털어놓은 그녀의 행동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자신의 연기와 연예활동에 부정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그 같은 행위가 모방 행위를 무분별하게 낳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모든 유방암에 절제가 특효는 아니기 때문이다.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암 검사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 점을 들어 더욱 밴드왜건 효과를 경고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여간 할리우드 스타들의 특유의 마케팅 전략이 가슴 절제로 이어지고 있고 그 사회적인 의미는 있다.
어쨌든 안젤리나 졸리의 사례는 '큰 가슴 좋아하지 마라'는 금언을 재각인시킨다. 언제나 큰 가슴을 만드는 성형수술이 가장 각광받고 있고, 그 수술의 부작용도 빈번하며 심지어 생명을 잃게 한다. 하지만 큰 가슴 저편으로 묻히기 쉽다. 영화 ‘6년째 연애중’에서는 여주인공 다진(김하늘)은 가슴의 통증과 몽우리를 재영(윤계상)에게 말하지만 재영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사실 남성들은 여성의 큰 가슴에는 관심이 많지만 유방암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결국 영화 속의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아마 남자가 에로틱이 아니라 현실속의 가슴을 더 중요시했다면 그런 결과를 낳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인터넷 상에는 수많은 가슴 콘텐츠가 횡행하는데 대부분 큰 가슴에 관련되는 것이다. 포르노물은 물론이고 에로틱한 사진은 모두 하나같이 이 같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강예빈과 같은 이는 큰 가슴을 자신의 상품으로 적극 내세우기도 한다. 매릴린 옐롬이 '유방의 역사'에서 말하는 에로틱한 유방이다. 그 순간 자신의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인 가슴이다. 하지만 김혜수는 큰 가슴만을 강조하며 대중적 주목을 끌려하지는 않았다. 연기 자체로 인기를 얻었다.
가슴을 팔아 인기를 얻었거나 그것을 유지하려 한다면 그것은 더이상 자신의 가슴이 아니다. 더구나 질병으로 자신의 생명을 위협할 지경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안젤리나 졸리는 타인의 소유가 되어버린 자신의 가슴을 절제함으로써 진정한 가슴을 얻었다. 그러한 맥락들을 볼 때 언론 매체에서 여성 연예인들의 큰 가슴만 부각하여 경쟁을 붙이듯이 보도하는 행태들은 안젤리나 졸리의 가슴 절제 수술을 통해 진정 절제되어야 할 것들이다.
이런 측면에서 가슴을 상품화하는 연예인들이 얼마나 많은, 가슴 작은 여성들에게 필요없는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즉 가슴 큰 연예인들이 주목받고 인기를 누리는 것은 바로 그렇지 못한 많은 여성들의 고통속에서 피어난 것이다.“큰 가슴 자랑마라 작은 가슴이 오래산다”, "아이들에게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는 점을 생각하면 남성들도 더 이상 큰 가슴만 좋아할 수는 없는 노릇임을 안젤리나 졸리가 환기시키고 있다. 남성들이 좋아하는 큰 가슴은 오염물 저장고에 암덩어리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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