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보관 회의록은 대통령 지정 기록물" 거듭 '강조'
국가정보원이 지난 24일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 공개키로 결정한 문제를 놓고 야권과 참여정부 인사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국정원의 회의록 기습 공개는 명백한 불법일뿐더러, 국정원의 회의록과 발췌본에 인용된 발언은 그 자체가 왜곡됐다는 것.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해 비망록을 작성했던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은 2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원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국정원이 갖고 있는 회의록은 청와대가 국정원에 녹음만 맡겼던 청와대의 문서라고 주장했다.
결국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던 회의록은 국회의원 재적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공개가 가능한 대통령 지정 기록물인데, 국정원이 이를 공공기록물로 자의적으로 판단해 공개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임의로 회의록의 비밀 등급을 바꾼 국정원장은 물론, 이를 공개한 여당 의원들도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 된다.
박 전 비서관은 “본래 정상회담록이라고 하면 그 회담에 들어간 청와대 관계자가 작성하게 돼 있다”며 “그러나 (정상회담 당시) 녹음이 잘 안 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을 청와대에서 소음을 제거한다든지 음향을 증폭시키는 시설이 없어 국정원에 녹음을 풀라고 지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녹취를 푸는 과정에서) 국정원에 그 문서가 남아있는 것인데. 그 문서의 비밀등급을 해제할 권한이 (국정원은) 전혀 없다”며 “군사 2급 비밀문서 같은 걸 국방부에서 많이 작성하는데, 그 문서조차 청와대가 군사 1급 기밀을 해제하라고 등급을 바꾸라는 지시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전 비서관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도 안 했고, NLL 포기 취지의 발언도 한 적이 없다”면서 8페이지 분량의 발췌본은 날조된 문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회담에 들어가기 전 ‘첫 번째, NLL을 포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두 번째, NLL 선을 다시 긋는 재획정 자체도 없다’, ‘결론적으로 NLL은 결코 손을 대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이런 방향에 따라 회담에 임했다”고 밝혔다.
박 전 비서관은 이어 “우리가 이 같은 입장을 보일 경우 북한은 NLL을 근본문제로 토의하자고 하는데 토의를 안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서해를 전쟁의 바다가 아닌 평화협력지대로 바꿀 수 있는 방안으로 우회해서 가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NLL 포기’ 자체가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특히 박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보고’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굴욕적인 저자세로 임했다는 내용과 관련, 김 전 위원장이 북측의 수석대표로 하여금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토록 지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오간 ‘보고’가 발췌본을 통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서상기 사과 요구는 적반하장…온갖 불법은 자기들이 다 저지르고..."
남북정상회담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이재정 전 장관도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우선 대통령 정상회담에 관한 기록물은 국가의 최고기밀로 30년간 대통령 기록관에 보존되도록 돼있다”며 “법률적으로 그렇게 규정돼있는 것을 국정원이 갖고 있다고 해서 공개하는 건 위법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전 장관은 “(회담록은) 국정원의 본래 기능이 남북관계를 관할하고, 그런 정보를 수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정원 업무를 위한 것이지 다른 목적이 아니라고 본다”며 “(그런데) 국정원이 가진 그 문서를 국정원 업무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으로 썼다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NLL은 바뀌어야 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NLL을 포기한다’로 보는 건 잘못된 해석이라면서 “현재 단계에서는 이(NLL 재획정) 문제를 손댈 수 없다는 것이 전체 맥락의 발언이었다. 단어 하나를 떼어놓고 이야기하면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장관은 그러면서 “국가의 정상회담에 대한 여러 관계를 고려한다고 하면 이걸 가지고 정치적인 논쟁을 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며 “대학생들이 대선에 국정원이 개입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그것을 계속 (이) 논쟁으로 끌고 간다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참여정부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화사업본부장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을 어제 또 다른 불법으로 덮으려고 했다, 이런 의심을 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중요한 건 국민들이 100% 신뢰할 수 있는 그런 확인과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며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공작을 일삼아 국민들로부터 그런 행태들을 지탄받고 있는데, 그런 국정원이 공개한 자료를 어떻게 국민들이 100% 신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본부장은 그러면서 “국정원 자료는 쉽게 얘기하면 짝퉁 자료다.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자료가 진짜 자료니 진짜 자료를 가지고 정확히 확인해서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맞다”며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들었으면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인태 민주당 의원도 KBS 라디오에 출연해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이 나하고 아무 관련이 없다, 나는 덕 본 것도 없고’ 이런 말을 했는데, 이번에 깨끗이 털고 가면 될 걸 저렇게까지 감싸려고 하는 걸 보면 (박 대통령이) 원세훈 전 원장한테 큰 신세를 진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 의원은 “다 공개된 마당에 민주당은 이제 깨끗하게 사과하고 민생에 전념하자, 이걸로 덮자”는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에 대해 “진짜 참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온갖 불법은 다 저질러 놓고 더군다나 그렇게 왜곡을 해서 (사건을 이렇게까지 키우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이어 “(서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NLL을 완전히 포기하려고 했다는 식으로다 왜곡을 했는데, 내용을 그야말로 나는 아직 못 봤다”며 “보도 된 것만 봐도 NLL을 지키려 저쪽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만 가지고 그렇게 왜곡을 해 놓고는 무슨 딴 소리를 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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