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찌든 영국축구, 어이없는 백인 '근자감'
박지성 맨유 시절 억울한 뭇매..아시아 스타 편견 짙어
런던올림픽에서도 한국 피지컬에 영국 오히려 밀려
박지성(32·PSV 아인트호벤)은 지난해 5월 영국 복수의 언론으로부터 ‘억울한 뭇매’를 맞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와의 2011-1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0-1로 패하자 약속이나 한 듯, 박지성을 집중적으로 때렸다.
스카이스포츠, 데일리미러, 인디펜던트 등 유수의 일간지들은 8경기 만에 선발 출장한 박지성을 향해 “경기력에 문제가 있다. 장점이 사라졌다”고 퍼부었다. 특히, 스카이스포츠는 “왕성한 지구력이 시들해졌다”며 “맨유에서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결국, 박지성은 지난해 7월 맨유와의 7년 동거를 끝내고 퀸즈파크 레인저스(이하 QPR)로 이적했다. 맨유에서 박지성이 이룬 업적은 찬란하다. 맨유 통산 27골을 터뜨렸다. 지난해 2월 6일에는 2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도 세웠다(맨유 역사상 92번째). 무엇보다도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아바타’로 불릴 만큼 전술 이해도가 높았다. 공간 지각과 희생정신은 ‘수비형 윙어 창시자’라는 거대 족적을 남긴 밑거름이다.
그럼에도 매 시즌 영국 언론은 박지성을 맨유 방출 예상명단 1순위에 올렸다. 맨유 구단의 대우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시즌이 끝나면 출발선으로 다시 돌아가 '병아리 신병'과 치열한 주전 경쟁 펼쳐왔다. 일부 영국 서포터는 한 술 더 떠 “맨유 브랜드에 동양인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종차별적 망언까지 내뱉었다.
이처럼 영국은 아시아 선수에 대해 ‘짙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저평가 받은 ‘언성 히어로’ 박지성뿐만 아니라 영국에 진출한 많은 아시아 스타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아스날의 박주영은 영국 언론으로부터 ‘네스호의 괴물’ 취급을, 이동국은 미들스보로 시절 ‘품바’, 풀럼 시절 설기현과 위건 시절 조원희, 선덜랜드 지동원 등은 투명인간으로 내몰렸다.
일본도 이나모토 준이치가 아스날에서 '정규리그 0출장’ 굴욕, 나카타 히데토시는 볼턴 임대 시절 샘 앨러다이스 감독에게 미운털이 박혀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했다. 맨유의 가가와 신지 역시 ‘유니폼 판촉 과장’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중국도 맨유 마케팅에 이용당한 동팡저우, 이란은 테이무리안이 볼턴 시절 호지슨 감독의 영국계 선호 취향에 희생됐다. 박지성 이후 유일하게 인정받은 이청용조차 상대팀 영국계 선수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최근 이청용은 ‘파이터’로 돌아왔다. 분명한 이유가 있다. 상대팀 선수들이 이청용을 유독 거칠게 다루기 때문이다. 이청용은 지난달 23일 영국 3부 리그 칼라일 유나이티드(0-1 패)전에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상대 수비수가 이청용에게 살인태클을 시도한 것. 간신히 태클을 피한 이청용은 상대 수비수 멱살을 잡았다. 당연히 화날 만했다. 2년 전 다쳤던 부위에 태클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청용은 지난 2011년 뉴포트(5부 리그)와의 연습경기서 톰 밀러의 살인태클로 정강이가 골절된 바 있다. 당시 볼턴 동료들은 "영국 리그에선 '유색인종'을 겨냥한 공격이 빈번하다. 이청용이 '영국계'라면 톰 밀러가 살인태클을 시도했을까"라고 입을 모았다.
영국 축구계가 유독 아시아 출신을 깔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지컬에 답이 있다.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구의 아시아인은 약골 이미지가 짙다. 그러나 박지성과 이청용처럼 ‘작은 고추가 더 맵다’는 속담을 영국인들은 모른다. 특히, 박지성의 ‘탄탄한 차돌멩이 내구성’은 정평이 나있다.
아시아 선수들은 예전의 아시아인이 아니다. 런던올림픽에서도 입증했다. 한국 올림픽 대표팀이 영국 단일팀을 힘과 속도, 전략 전술에서 압도했다. 첼시와 리버풀에서 뛴 다니엘 스투릿지는 지동원과의 진검승부에서 완패했다. 지동원이 영국 단일팀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는 등 맹활약한 사이 스투릿지는 헛발질만 연발했다. 급기야 승부차기서 평정심 잃은 스투릿지는 실축까지 범해 영국의 패배 원흉으로 지목됐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지동원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스투릿지만큼 기회를 받았다면, 지금보다 더 성장했을 수도 있다. 단순히 서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신체 모든 면에서 동양인보다 우월할 순 없다. 프리미어리그 통틀어 아직도 박지성만큼 꾸준히 달리는 영국계 선수는 없다.
맨유 시절 동료 마이클 캐릭은 박지성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 받은 ‘억울한 슈퍼스타’, 그가 해온 역할은 영국인들 시선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같이 뛴 선수들은 알고 있다. 그야말로 축구계 진짜 영웅이자 귀감이라는 사실을..”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영국은 ‘축구종가’지만, 최근 경기력은 형편없다. 다양한 국적 용병들로 채워진 프리미어리그만 훌륭할 뿐, 국가대표는 졸전의 연속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H조의 잉글랜드는 몬테네그로에 뒤져 2위, F조 북아일랜드는 5위, A조 웨일즈와 스코틀랜드는 각각 4위 5위로 고전하고 있다. 이중 북아일랜드와 웨일즈, 스코틀랜드는 지역예선 탈락이 유력하다.
그런 영국의 축구 감독 및 언론은 편견에 찌들어있다. 축구에서도 덜 구워진 백인의 근거 없는 우월주의 허세가 팽배가 씁쓸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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