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벨로스터 터보, '스타일'도 '주행감'도 튀는 차

박영국 기자

입력 2013.08.11 09:23  수정 2013.08.11 09:27

가격 대비 만족도 뛰어난 국산 스포츠 쿠페…출력 대비 약한 '하체' 아쉬움

벨로스터 터보. ⓒ데일리안

현대차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크게 무리하지 않고도 스포츠 쿠페의 맛을 낼 수 있는 차를 제공하기 위해 나름대로 성의를 보여 왔다. 90년대 초 스쿠프와 90년대 중반 티뷰론, 그리고 2000년대 초 등장한 투스카니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문짝이 2개고 뒷좌석 승객을 짐짝 취급한다는 것 외에는 딱히 스포츠 쿠페라는 점을 어필하기 힘들었고, 엑셀이나 아반떼에 스포츠 쿠페 비슷한 껍질을 씌운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수입차가 흔치 않았던 시절에는 그 정도만 몰고 다녀도 충분히 폼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수입차 대중화가 진전되며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이제 소비자들은 현대차에 수입차보다 월등히 저렴하면서도 상품성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 차량을 요구한다.

이 시점에 탄생한 모델이 ‘벨로스터’다. 벨로스터는 투스카니 이전의 ‘조상’들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아야 할 운명을 타고 났다.

2000만원대 초반 가격에, 그보다 배는 비싼 수입 소형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상품성을 갖추고, 적어도 ‘어느 브랜드의 어느 모델 디자인을 베꼈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 만한 개성을 품고 있어야만 ‘왜 태어났니’라는 조소를 피할 수 있다.

최근 시승을 통해 이 기구한 운명을 타고 난 녀석을 만나봤다. 시승 모델은 1.6 GDI엔진에 터보차저를 장착한 ‘터보 디 스펙(Turbo D spec)’ 트림이다. 흔히 ‘벨로스터 터보’라는 이름으로 일반 벨로스터와 구분한다.

거리의 시선 잡아끄는 독특한 디자인 매력

벨로스터 터보의 가장 큰 디자인적 매력은 상당히 ‘튀는’ 모습을 지녔다는 점이다. 단지 세단과 차별화되는 스포츠 쿠페의 일반적인 특성을 지닌 정도가 아니라, 아예 스포츠 쿠페 중에서도 ‘이단아’로 느껴질 정도로 독특한 모습이다.

도어는 운전석 쪽으로는 1개, 조수석 쪽으로는 2개가 달린, 세계 유일의 비대칭 3도어를 택했고, 꽁무니는 아예 잘라버렸다. 그 덕에 좌우로 펑퍼짐하게 눌려 뒷바퀴 윤거가 실제보다 넓어 보이는 독특한 뒤태를 얻었다. 개인적 취향일지 모르지만 이 뒤태는 상당히 마음에 든다.

물론 전문 스포츠카 브랜드의 제품들과 자웅을 겨룰 정도로 디자인이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디자인을 어설프게 흉내 내는 것(투스카니 이전의 모델들처럼)보다, 아예 차별화된 디자인을 택한 점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튀는’ 디자인(그게 마음에 들건 안 들건)이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의외로 크다. 소비자들이 차를 선택할 때 감안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주위의 시선’을 들 수 있다. 용도상으로는 소형차로도 충분한 데 무리해서 중형차를 사거나, 국산차에 별다른 불만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굳이 수입차를 사는 이들이 있는 것도 ‘주위의 시선’ 때문이다.

벨로스터는 이전 GDI 모델을 포함하면 출시된 지 2년 넘게 지났음에도 불구, 여전히 길거리에서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의 시선을 잡아끈다. 2000만원대 초반 가격으로 이런 시선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메리트다.

비대칭 3도어 거부감?…좌우를 동시에 볼 순 없으니...

어떤 이들은 벨로스터의 비대칭 3도어에 막연한 거부감을 표하기도 한다. 뭔가 불안정해 보인다는 것이다. 좌우가 동일하지 않은 사물에 대해 불안정한 느낌을 받는 인간의 본능(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동물은 좌우가 대칭이니) 때문인 듯 하다.

하지만, 실제 벨로스터 실물을 보면 비대칭이라는 느낌도 나지 않는다. 신체 구조상 인간은 자기보다 덩치가 큰 육면체의 좌우 측면을 동시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벨로스터는 정면도 대칭이고 후면도 대칭이며, 좌측에서 봐도 멀쩡하고, 우측에서 봐도 멀쩡하다.

비대칭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어쩌면 현대차에서 굳이 문짝을 모두 열어놓은 채 위쪽에서 내려다본 장면을 광고를 통해 내보내면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실제 사용에 있어 비대칭 3도어는 상당히 편리하다. 운전석 쪽에서는 문짝이 커서 타고 내리기 좋으면서도 쿠페 스타일을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고, 조수석 쪽에서는 뒷좌석에 사람을 태울 때 번거로움이 없어서 좋다. 4도어 세단에서도 운전석 방향 뒷문을 여닫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대칭 3도어는 4도어나 2도어와 같은 대칭형 도어보다 합리적이다.

달리기 능력 발군…“너무 튀어서 탈”

주행능력도 ‘스포츠 쿠페’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다. 사실, 벨로스터 일반 모델의 경우 같은 1.6ℓ GDi 엔진을 장착한 아반떼보다 딱히 낫다고 할 수도 없지만, 벨로스터 터보는 확연히 다르다.

같은 1.6ℓ 엔진에 터빈 하나 얹었을 뿐이지만, 벨로스터 터보의 심장은 204마력에 27.0kg.m의 토크를 낸다. 일반 1.6ℓ 모델 대비 출력은 46%, 토크는 59%나 올랐다. 2.4ℓ급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201마력, 25.5kg.m)마저 압도하는 파워다.

메탈 소재의 가속페달을 밟으면 ‘부릉~’ 하는 경쾌한 엔진음과 함께 쏜살같이 튀어 나간다. 고속도로에서 160km 이상을 찍는 것도 금방이다.

차체중량대비 높은 출력을 제어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다소 묵직하게 세팅해 놓았음에도 불구, 저속 구간에서는 가속페달을 함부로 밟기 조심스럽다.

고속 주행시 배기음이 썩 조용하진 않지만, 밟는 느낌과 제법 잘 어우러진다. 16인치 대용량 스포츠 브레이크는 안정적인 제동력을 제공한다.

다만, 전반적인 차체 강성와 튜닝이 204마력의 힘을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는 느낌을 준다. 고속에서의 핸들링이 다소 불안하고, 가볍다 못해 날린다는 느낌까지 준다. 한 마디로 너무 통통 튀어서 탈이다.

차체중량 대비 높은 출력을 가진 모델이 벨로스터 뿐만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는 모델들은 차체 강성을 높이고 차체자세를 제어하는 각종 장치들을 통해 가벼운 느낌을 커버해준다. 벨로스터는 그런 모델들과 같이 ‘하체가 단단한’ 느낌이 약하다.

물론, 그런 차는 벨로스터보다 최소 1000만원에서 높게는 두 배 이상 비싸다. 차체 강성을 높이거나 서스펜션, 전자제어장치 등을 최상급으로 바꾸려면 제조원가도 올라가게 마련이다. 2000만원대 초반이라는 벨로스터의 가격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불만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벨로스터 터보 자동변속기 모델의 공인연비는 복합 11.8km/ℓ지만, 실제 운행에서는 10km/ℓ도 채 안 나왔다. 물론 악담은 아니다. 다운사이징이 아닌, 동일 배기량에 터보차저를 장착한 차량에 대해 연비 운운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벨로스터 터보는 조심조심 기름 아껴가며 몰고 다니라고 만든 차가 아니고, 시승에서도 연비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마구 밟아댔다.

시승 모델인 벨로스터 터보 디 스펙 트림 가격은 홈페이지에 2130만원이라고 표기돼 있지만, 통상 최상위 트림 모델은 자동변속기가 기본일 것이라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2280만원으로 고쳐놓는 게 정직한 행위일 듯하다. 2130만원은 수동변속기 기준 가격이고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면 150만원이 추가로 든다.

터보차저 없이 1.6ℓ GDI 엔진을 장착하고 디자인이 좀 더 얌전한 일반 벨로스터는 PYL 트림이 2030만원, 유니크 트림이 1810만원이다. 유니크 트림은 PYL과 비교해 6단 자동변속기와 액티브 에코 시스템, 가죽시트, 열선 스티러링 휠, 자동 에어컨 등 편의사양이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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