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로버트 킹 방북 철회한 진짜 이유 들여다보니...
B-52H 핑계 대지만 북미대화 연결고리 활용 가능성 낮은게 핵심
북한이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을 급작스럽게 불허한 것은 북한이 ‘케네스 배 석방 카드’를 북미대화로 잇는 연결고리로 활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국은 킹 특사를 지난 30~31일 이틀간 파견해 케네스 배 석방에 대해서만 북한과 협상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미국의 확고한 방침에 북한 당국은 6자 회담과 국제고립 탈피, ‘핵카드’를 이용한 북미 평화조약 등 정치적 목적을 관철시킬 대화가 열릴 가능성 없다고 판단하고 킹 특사의 방북을 철회했다는 관측이다.
북한 당국이 미국의 대북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자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의 ‘B-52H’ 전략폭격기를 거론하며 킹 특사의 방북을 불허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는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출발해 미국 측이 제기한 국무성 특사의 방문을 수락하고 우리나라에서 교화중인 미국인(케네스 배)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려 했다”면서 “(우리는) 긴장격화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최대한 자제했지만 전략폭격기를 진입시킨 것은 명백한 핵 공갈이며 군사적 위협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대변인은 “(미국이) 전례 없이 연속적으로 B-52H 전략폭격기를 조선반도 상공에 들이밀어 핵폭격 훈련을 벌이는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면서 “미국은 모처럼 마련됐던 인도주의 대화 분위기를 한순간에 망쳐놓았다”라고 비난했다.
미국은 북한과 정치적인 대화를 지양하면서 인도적인 사안에 대해서만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도 킹 특사의 방북이 확정된 후인 지난달 28일 “미국이 킹 특사의 방북은 배 씨 문제에 한정해서 간다고 했다”면서 “핵 문제와 직접적인 상관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케네스 배 씨의 석방 카드를 사용해도 국제고립 탈출과 북미 간 평화협정 등을 이끌어내기 위한 북미대화 자체가 열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케네스 배의 석방을 미북 간의 정치적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연결고리로 판단했다”면서 “하지만 미국이 북핵 문제 등 정치적인 사안과 인질석방 등의 인도주의 사안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케네스 배 카드를 접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북한 인권을 다루는 킹 특사의 방북이 상당히 껄끄러웠을 것”이라면서 “북한인권 특사의 방북을 허용하면서까지 북미 대화를 시도했지만 미국의 확고한 입장을 확인한 후 방북 허용을 철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도 “미국으로서는 북한에 핵과 관련된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기 위해 케네스 배 씨의 석방에만 집중한 입장이었다”면서 “현재 북핵에 대해 국제적으로 일관된 대북압박 공조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케네스 배 석방 카드를 활용할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 이 카드를 활용하기 위한 적절한 시점을 다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