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의 상황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현재의 상황은 분명 도쿄를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한 IOC에도 위기의식을 갖게 하는 상황이다. ⓒ IOC
지난 11일 프랑스의 한 언론이 게재한 만평이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프랑스 주간지 '카나르 앙셰네'가 게재한 문제의 만평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인한 방사능 오염 위험에 대한 우려에도 일본의 도쿄가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것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내용이 일본인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장면이다.
문제의 만평은 총 두 컷.
한 컷은 오염수 누출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팔이 3개 달린 선수와 다리가 3개인 선수가 스모 경기장 안에서 마주보며 경기를 준비하는 가운데 밖에서는 방호복을 입은 심판들이 앉아 있고, 선수들 옆에서 방호복 입은 기자가 "후쿠시마 덕분에 스모가 올림픽 종목이 됐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다른 한 컷은 '올림픽 수영장이 후쿠시마에 지어졌다'는 제목 아래 방호복 차림으로 방사선 측정기를 가진 인물 2명이 수영장 사이드에서 불안에 떠는 자세로 서 있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만평의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전파와 인터넷망을 타고 급속하게 확산되자 만평을 게재한 카나르 앙셰네 측은 '원전 사고가 수습되지 않은 가운데 도쿄가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것에 놀라움을 표현하려 한 것일 뿐 일본인을 훼손하려 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일본 열도는 발칵 뒤집혔고 일본 정부까지 나서 발끈했다.
방사능 위험에 대해 ‘문제없다’는 입장을 강조해 온 일본 입장에서 ‘일본의 방사능 위험을 지나치게 부풀린 우스꽝스러운 만평’이라는 논평과 함께 ‘쿨’하게 넘길 법도 하지만, 일본 정부까지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는 모습에서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속담이 연상되는 것이 사실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가 진행되기 전 최종 프리젠테이션 자리에서 투표권을 가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 앞에서 기막힌 거짓말을 한 마디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IOC 총회에서 "오염수 영향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항만 내 0.3㎢ 범위 내에서 완전 차단되고 있다"고 확언했다. '0.3㎢ 범위'란 후쿠시마 원전 앞 방파제가 에워싼 항만 안쪽을 지칭하는 것으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가 그렇게 좁은 공간 안에서 완전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것이 아베 총리의 발언 내용이었다.
아베 총리의 이 발언에 대해 인접국인 한국 국민들은 대부분 거짓말이라며 냉소를 보냈고, 일본 국민들조차도 쉽게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나타냈지만 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권을 가진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잡아내는 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이날 발언은 불과 사흘 만에 후쿠시마 원전 운영업체인 도쿄전력에 의해 ‘허위과장광고’로 드러났다. 보기에 따라서 아베 총리의 ‘방사능 완전 통제’ 발언은 올림픽 개최지 투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판단 요소에 대해 거짓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IOC 위원들을 기망, 다른 도시들의 올림픽 개최 기회를 부당하게 도둑질한 사기 행각으로 비쳐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13일에는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도쿄전력 간부의 증언이 나오는가 하면, 도쿄전력 측이 오염수 탱크 대책본부의 사외 전문가로 초빙한 레이크 배럿이라는 미국인은 이날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1979년 미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섬 원전 2호기의 노심이 녹아내려 미량의 방사성 기체가 유출된 사고)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이라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쯤 되면, 도쿄올림픽의 방사능 위험은 개연성 있는 위험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위험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쯤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의 영향이 일본 열도 내부와 주변 바다에서 나는 농수산물 등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결국, 일본은 IOC 위원들을 현혹시켜 올림픽 개최권을 따내는데 성공했을지 몰라도 세계인들로 하여금 2020 도쿄올림픽을 직접 가서 보고 싶은 올림픽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는 어렵게 됐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후쿠시마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면 도쿄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는 문제를 고려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속출할 것이며, 올림픽 출전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도쿄에 입성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 할 것이 자명하다. 국내 일각에서도 도쿄올림픽에 불참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도쿄올림픽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국가들이 자국 선수단이 마실 물부터 각종 식료품, 생활필수품에 이르기까지 선수단의 의식주와 직결되는 모든 것들을 본국에서 공수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들의 대회 참가 예산 문제도 골칫거리로 대두될 것이다.
이 밖에도 방사능 공포에 따른 여러 부작용들이 2020년까지 차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방사능 오염수 완전 통제’를 운운한 아베 총리의 발언이 거짓말로 드러나고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의 상황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현재의 상황은 분명 도쿄를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한 IOC에도 위기의식을 갖게 하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IOC는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다시 하는 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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