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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기자를 물먹인' 백윤식 멜로


입력 2013.09.28 15:13 수정 2013.10.23 11:56        민교동 객원기자

폭로 예고 기자회견 자처 후 잠적

100여명 취재진 허탕 친 초유 사건

백윤식 여자친구 K모 기자가 기자회견을 예고한 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 데일리안DB

기자들이 기자회견을 가는 경우의 대부분은 미리 대략적인 기자회견 내용을 확인한다. 중요한 기자회견일수록 정보력과 취재력을 집중 투여해 대략적인 기자회견 내용을 파악하고 현장을 찾기 마련이다. 또한 베테랑 기자들은 어느 정도의 돌발 상황도 감지해 낼 수 있는 ‘감’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물론 그럼에도 이런 기자들의 정보력과 감을 뛰어 넘는 충격적인 기자회견도 있다. 연예부 기자들 사이에선 악성 루머에 대한 나훈아 기자회견이 대표적이다. 카리스마로 200여 명의 취재진을 압도한 것은 기본, 단상 위로 올라가 바지를 벗겠다고 말할 것이라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27일 오전 갑자기 중년배우 백윤식의 연인으로 알려진 지상파 방송사 소속 K 기자가 기자회견을 연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결혼 발표라도 하려나보다 싶었지만 K 기자의 기자회견을 단독 보도한 매체에 따르면 기자회견은 폭로성 내용이 위주일 것으로 보였다. K 기자가 해당 매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늘 오후 2시께 백윤식과 관련한 좋지 않은 점들을 밝히려 한다. 모든 것을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선언한 것.

이후 한바탕 난리가 났다. K 기자가 뭔가 엄청난 내용을 얘기할 것으로 보이는 기자회견이 몇 시간 앞으로 닥쳐왔지만 정확한 시간과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것. 각 매체 연예부 기자들이 서로 해당 기자회견에 대한 정보를 묻고 또 묻는 상황이 벌어졌다.

12시를 넘겨 기자회견 장소가 서울 서래마을 소재의 한 레스토랑이라고 알려졌으며 시간도 오후 2시가 아닌 2시 반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마자 해당 레스토랑으로 수십 명의 취재진이 급파됐다.

이 즈음해서 이미 다양한 정보가 나돌았다. 연인이던 백윤식과 K 기자의 관계가 심하게 틀어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그 이유를 두고 다양한 추측성 정보가 넘쳐난 것. 여기에는 입에 담기 힘든 충격적인 내용도 많았다. 과연 K 기자가 기자회견에서 어떤 내용을 얘기할 지, 백윤식과의 관계가 틀어진 까닭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분명 백윤식과 관련된 충격적인 내용이 폭로될 것으로 예상됐다.

오후 1시를 즈음해 현장에 도착한 취재진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해당 레스토랑에선 관련 기자회견에 대해 전혀 통보받지 않았다는 것. 보통은 해당 업소에 기자회견 사실을 공지한 뒤 장소를 예약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번 경우는 전혀 해당 레스토랑에 기자회견과 관련해 언급이 없었다. 또한 대개의 경우 기자회견 장소는 당사자와 친분이 있는 단골 업소로 정해진다. 업소 영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부탁하기 용기한 곳을 기자회견장으로 결정하는 것. 그런데 해당 레스토랑에선 K 기자가 누군지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백윤식의 아들 배우 백도빈이 해당 레스토랑 단골로 백윤식 등 가족들이 그 레스토랑에서 몇 차례 가족모임을 가진 적은 있다고 하는데 당시 K 기자의 참석 여부는 업소 측에서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결국 K 기자는 자신의 단골집이 아닌 폭로 대상의 가족이 단골인 업소를 기자회견장으로 선택한 셈이다.

과연 K 기자가 2시 반에 맞춰 현장을 찾을까. 이런 경우 기자들의 감은 당연히 ‘오지 않는다’다. 그렇지만 변수는 K 기자 역시 기자회견 참석 경험이 많은 기자라는 점이다. 해당 레스토랑에 들어가지 못한 50여명의 기자들은 바로 앞 도로에 진을 치고 2시 반이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주위를 오가던 한 주민이 “여기서 연예인이 기자회견 하나보다”라고 말했지만 사실 연예인이 오는 기자회견은 아니다. 기자가 주인공인 기자회견,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오늘 기자회견은 정말 순수하게 기자만 참석하는 기자회견”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기자들이 모여 있는 터라 K 기자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 역시 기자이기에 취재진을 대상으로 하는 기자회견의 가치를 그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여긴 것. 게다가 기자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50여명이 넘는 기자들을 헛걸음하게 만들진 않을 것이라는 넓게 보면 동료 기자인 K 기자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늘 기자회견에 참석만 하던 터라 장소 예약 등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것일 뿐일 거라고, 매니저나 홍보사 등이 없는 터라 일일이 언론사에 보도자료 등을 배포해 기자회견 일시와 장소 등을 공지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 믿으려 했다.

2시 반 무렵 결국 비보가 전달됐다. 해당 레스토랑에 K 기자의 남동생이라는 이가 전화를 걸어서 기자회견이 취소됐다고 밝힌 것. ‘K 기자도 기자이니까’라는 믿음이 ‘오지 않으리라’는 결국 기자들의 감에 밀리고 만 셈이다.

K 기자는 백윤식과의 열애 사실이 알려진 직후 사실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연이은 전화에 거듭 “일 하는 중이라 오래 통화하기 힘들다”며 짧게 통화를 이어갔다. 그가 하는 일 역시 전화하는 기자들과 같은 ‘취재’였기에 대부분의 기자들은 길게 물고 늘어지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그렇지만 그가 날린 기자회견 공수표에 최소 50명에서 많게는 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이는 기자회견 현장에 나온 기자들은 제대로 물을 먹고 말았다. 대중교통 수단도 많지 않은 서래마을 골목에 마련된 기자회견인터라 손쉽게 방문했다 헛걸음할 장소도 아니었다.

따라서 이번 K 기자의 기자회견 공수표의 첫 번째 희생자는 바로 취재진, 넓게 보면 K 기자의 동료인 기자들이었다. 요즘 기자들은 취재 현장에서 과거와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라면 몰려오고 가라면 그냥 가야 하는 요즘 기자들의 어설픈 현실은 본인 역시 기자인 K 기자가 제대로 한 번 보여준 셈이다.

두 번째 희생자는 단연 해당 레스토랑이다. 취재진이 입구와 인근 골목을 점령해 정상 영업이 불가능했다. 누가 수십 명의 취재진을 뚫고 그 레스토랑에 들어가 식사를 주문할 수 있겠는가. 레스토랑에 들어갖디 못한 채 인근 도로 맨바닥에 쭈그려 앉아 있는 기자들로 인해 인근 주민들도 통행의 어려움을 겪고 소음을 감내해야 했던 또 다른 피해자다.

또한 K 기자가 기자회견에서 무슨 말을 할 지 궁금해 했던 일반 대중들 역시 허탈하고 황당하긴 매한가지였다. K 기자의 가장 큰 착오는 바로 이 부분이다. 현장에 헛걸음질 한 기자들이 첫 번째 희생자이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기자회견 내용이 보도되길 기다리는 일반 대중이다. K 기자가 공중파 방송사 기자인 만큼 그가 보도하는 뉴스의 시청자들 역시 바로 그 일반 대중이다. 신문 기자에겐 독자가 밥줄이고 방송 기자에겐 시청자다 밥줄이다.

K 기자의 갑작스런 기자회견 자청과 취소는 어떤 이유와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일반 대중을 기만한 것이다. 방송 기자가 자신의 밥줄인 시청자를 기만해선 안 된다.

관건은 왜다. 왜 기자회견을 자청했으며 또 왜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는지 K 기자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조속한 시일 내에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사과하고 대중의 이해를 구할 일이 있으면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

국가적인 사안도 아닌 개인의 열애라는 사생활일 뿐인데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 바로 K 기자 본인이기에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 역시 그의 몫이다. 그렇다면 왜 K 기자는 기자회견을 취소한 것일까.

우선 기자회견 장소 인근에 왔지만 수십 명의 취재진을 보고 놀라서 차마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기자회견을 취소한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당사자가 기자인 만큼 이것은 말이 안 된다. 행여 당사지가 일반인이라면 취재진이 겁나서 숨을 수 있겠지만 K 기자 역시 바로 하루 전까지만 해도 비슷한 현장에 수십 명의 취재진 가운데 서있던 한 명의 기자였을 것이다. 또한 이는 지금까지 K 기자가 기자로 일하며 해온 일이 독자에게 진실을 전달하는 취재가 아닌 누군가를 겁주는 행위에 불과했다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백윤과의 다툼, 내지는 합의 과정에서 백윤식을 압박하는 카드로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일 수도 있다.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린 뒤 자연스레 기자회견을 취소한 것일 수도 있다. 부디 현직 기자인 그가 이런 방법을 사용한 것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일반인들은 별 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 하나의 행사로 치부할 수 있지만 기자 등 언론인에게 기자회견은 신성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기자는 기자회견을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된다.

이 왜라는 질문의 해답은 오직 K 기자만 가지고 있다. 조속한 시간 안에 K 기자가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를 하길 바란다.

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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