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핸드' 김승현 매력, 반감될 수밖에 없는 현실
22일 동부전 종료 직전 뼈아픈 실책으로 영웅 등극 실패
정형화된 KBL에서 희소성 가드..부진한 팀 성적으로 매력 반감
서울삼성 팀으로서나 김승현(35) 개인으로서나 못내 아쉬운 한판이었다.
삼성은 22일 잠실실내체육관서 열린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원주 동부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84-85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4쿼터 막판 84-75까지 앞섰지만, 종료 29초를 남기고 1점차로 쫒긴 가운데 베테랑 가드 김승현의 드리블 실책 뒤 역전패 했다.
삼성이 승리했다면 이날의 키워드는 '김승현의 화려한 귀환'이 됐을지도 모른다. 이날 김승현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1쿼터부터 가로채기에 이은 전광석화 같은 속공 전개와 화려한 비하인드 백패스는 수년 전 KBL을 뒤흔들던 전성기 김승현의 향수를 떠올리게 했다.
공격에도 적극성을 보이며 김주성, 이승준 등 동부의 장신군단이 버틴 골밑을 향해 과감한 돌파와 스핀무브에 이은 더블클러치 레이업슛을 두 번이나 성공시키며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삼성이 이날 경기초반 예상을 깨고 막강한 높이를 자랑하는 동부에 큰 점수 차로 앞서며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김승현의 예리한 패스와 재기 넘치는 경기운영이 덕이었다. 하지만 김승현은 정작 최후에 웃는 자가 되지 못했다. 동부의 막판 추격이 거세진 4쿼터 막판 김승현은 승리를 매조지할 책임을 지고 투입됐지만,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김주성과 이광재에게 연속 3점슛을 허용하며 추격을 허용한 삼성은 마지막 공격기회에서 작전타임 이후 김승현이 볼 소유권을 거머쥐었지만, 종료 10초를 남기고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볼이 발에 맞고 코트 밖으로 빠져나가는 턴오버를 범하며 공격기회를 날렸다.
마지막 수비에서 삼성은 김주성에게 종료 2초를 남겨놓고 역전 결승 레이업슛을 허용하며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영웅이 될 뻔했던 김승현의 실책이 더욱 뼈아픈 순간이다.
팀의 주장이자 포인트가드로서 위기 순간에 경기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 것은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의욕은 좋았지만 냉정히 말해 자기농구에만 취해 화려한 플레이만 치중하다가 불필요한 턴오버를 자주 남발한 것은 실속이 없었다. 삼성은 이날 패배로 시즌 초반 1승5패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패배를 온전히 김승현 책임만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승현의 투입시간은 26분에 불과했고, 김승현 외에도 이날 삼성 선수들의 후반 실책성 플레이가 많았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결과를 떠나 김승현같은 창의적인 포인트가드가 가지는 희소성도 무시할 수 없다. 정형화된 패턴 플레이가 지배하는 KBL에서 김승현 같이 실수에 주눅 들지 않고 화려한 플레이를 즐길 줄 아는 선수들도 필요하다.
사실 김승현은 전성기에도 턴오버가 많은 선수였다. 하지만 오리온스 시절에는 뛰어난 성적이 약점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그러나 지금의 삼성은 1승이 아쉬운 팀이다. 관중을 즐겁게 하는 화려한 플레이로 승리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빛이 바랜다. 부진한 팀 성적 때문에 김승현같은 테크니션들의 매력이 반감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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