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한 박한이가 부인 조명진 씨를 향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삼성 라이온즈
박한이(34)가 삼성의 기적 같은 우승을 이끌며 2013 한국시리즈 MVP가 됐다.
박한이는 1일 대구 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과의 홈 7차전에서 5타수 3안타 3득점의 맹활약으로 시리즈 MVP에 올랐다.
박한이는 한국시리즈가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부진한 타격감으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4차전까지 타율 0.071(14타수 1안타)에 그친데다 1차전에서 슬라이딩을 하다 손가락을 다쳐 2차전에 선발 출장이 불발됐다.
하지만 박한이는 5차전부터 그야말로 사고를 치기 시작한다. 1승 3패로 몰린 5차전에서 앞선 네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났지만 5-5 동점이던 8회 1사 2, 3루 상황에서 2타점 결승타를 때리며 팀을 벼랑 끝에서 끌어 올렸다.
6차전에서는 3-2로 앞선 7회, 상대 에이스 니퍼트를 상대로 쐐기 3점 홈런으로 드라마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운명의 7차전에서도 3안타를 때려냈고, 출루한 세 번 모두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경기 후 MVP 박한이의 이름이 호명되자 관중석에 있던 부인 조명진 씨는 눈시울을 붉혀 눈길을 끌었다.
사실 박한이는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저평가 선수 중 하나다. 2001년 데뷔해 13년간 줄곧 삼성 유니폼만 입었던 박한이는 대표적인 팀 내 프랜차이즈 스타이지만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었다. 같은 기간 삼성에는 이승엽, 양준혁, 오승환, 최형우 등 굵직한 선수들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박한이의 지난 커리어를 돌아보면 그야말로 ‘역대급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한이는 13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 양준혁(16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올 시즌까지 1656개의 안타를 기록, 이 부문 통산 14위에 올라있으며 득점(942개)과 볼넷(809개)도 통산 10위를 기록 중인 대타자다. 특히 한국시리즈 최다 안타와 득점, 루타, 볼넷 부문 역대 1위를 박한이가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한이가 저평가를 받는 이유는 특정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한이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소감으로 “MVP는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상복과도 거리가 멀었다.
연봉에서도 섭섭한 대우를 받았던 것은 마찬가지다. 박한이는 지난 2009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다. 당시 소속팀 삼성과 총액 6억 5000만원(계약금 3억원+연봉 3억원+옵션 5000만원)에 계약했는데 사실상 2년간 최대 10억원 규모였다. 박한이의 커리어를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액수가 아닐 수 없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는 박한이처럼 저평가 받는 대표적 선수 중 하나다. 득점 생산능력과 선구안이 뛰어나다는 점과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두 선수는 묘한 닮은꼴이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후 박한이와 추신수는 FA 자격을 얻는다. 박한이는 두 번째, 추신수는 최초 자격이다. 이미 미국 현지에서는 추신수에 대해 최소 1억 달러 이상의 대형계약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한이는 올 시즌 타율 0.284 6홈런 55타점으로 하향세가 나타나고 있다. 아무래도 적지 않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거머쥔 한국시리즈 MVP라는 큰 훈장을 앞세워 그동안 보상받지 못했던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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