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중소형 증권사 죽이기?

이미경 기자

입력 2013.11.25 16:29  수정 2013.11.25 16:55

금융위, 중소형 M&A 촉진 및 특화 유도 방안...증권업계, 시장 여건상 자발적 M&A 기대 어불성설

금융당국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의 인수·합병(M&A)을 촉진하고 특정분야 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증권사의 경우 특화 증권사로 유도하는 내용의 증권업계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종합 대책을 연내 발표할 방침이다.ⓒ 데일리안DB

금융당국은 수익이 안나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방안들을 곧 내놓겠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 여부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키우고 중소형사들은 죽이는 이분법적인 대책에 형평성 논란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의 인수·합병(M&A)을 촉진하고 특정분야 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증권사의 경우 특화 증권사로 유도하는 등의 증권업계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종합 대책을 연내 발표할 방침이다.

정작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이러한 강력한 대책에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그간 금융당국이 내놓았던 대책들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M&A나 특화 자체를 유도하는 것이 현재 시장상황에서 제대로 구조조정의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중소형 증권사들은 10여곳을 육박하고 있지만 정작 인수희망자 윤곽도 나오지 않은 곳이 대다수다.

이마저도 최종 입찰자 선정을 놓고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우리투자증권이나 내년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대형사들에 밀려 빛조차 못보고 있다.

이처럼 매물로 나온 중소형 증권사들이 시장에서 찬밥신세를 면치못하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자발적인 M&A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운운하며 M&A 등을 통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가뜩이나 얼어 붙어있는 M&A시장에서 적자행진을 잇고 있는 중소형사들의 거래가 원만히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 구조조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은 이미 2000년대에 자발적인 인수합병 등을 통해 대대적인 증권업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그 결과 일본내 100개 이상의 증권사들이 퇴출됐다.

일본의 경우 대형증권사들이 투자은행(IB) 업무를 강화하고 중소형 증권사들은 특화를 통한 자구노력으로 자연 구조조정하는데 성공했다.

금융위가 추진하려는 증권사 구조조정도 5개 대형사 위주의 재편과 동시에 중소형사의 특화와 M&A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일본이 과거 시행했던 구조조정 방식을 닮았다.

강종만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전문화와 특화에 따른 수익성 제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과 일본에서처럼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산관리업무, 온라인 영업, 특정산업 및 지역에 특화된 영업 등에서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증권사 구조조정 대책이 중소형사의 자연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5개 대형사들에 대해서는 규제를 과감히 풀어 업무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에 대해서는 규제의 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금융위가 오는 2015년부터 금융권간의 단기자금조달 시장인 콜시장을 증권사에도 제한키로 한 것도 중소형 증권사들의 자금줄을 막는 동시에 자연스러운 구조조정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강 연구위원은 "증권사간 인수합병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합병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경쟁구조 및 지배구조의 개선이 필요하고 동시에 대형증권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내부통제 및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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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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