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한 순간 착오로 망친 1년 농사
김신욱, 경고 누적으로 최종전 결장 ‘득점왕-우승’ 물거품
김호곤 감독, 최종전 극단적 침대축구 속 충격패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누군가의 해피엔딩은 곧 다른 누군가의 새드엔딩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극적인 역전우승을 이뤄낸 포항의 반전드라마는 우승을 목전에서 놓친 울산과 그 팬들에게는 지우고 싶은 악몽과도 같았다.
울산은 분명히 올해 K리그 클래식 최고의 팀 중 하나였다. 후반기 그들이 보여준 경기력은 분명 포항이나 다른 구단들을 넘어서고도 남았다. 하지만 더도 말고 딱 마지막 2경기를 어이없이 놓친 것이 뼈아팠다. 그리고 그 중심에 에이스인 김신욱과 백전노장 김호곤 감독이 있다.
두 사제는 올해 팀의 우승과 득점왕을 모두 목전에서 놓쳤다. 19골로 리그 최종전 직전까지 득점 선두를 달리던 김신욱은 마지막 4경기에서 7골을 몰아친 데얀의 상승세에 눌려 역전을 허용했다. 총 득점수는 같았지만 출전수가 적었던 데얀은 K리그 사상 첫 3년 연속 득점왕의 대업을 달성했다.
김신욱과 울산으로서는 39라운드 부산 원정이 두고두고 뼈아플 만하다. 당시 김신욱은 불필요한 파울로 경고누적이 돼 지난 1일 포항과의 최종전에서 결장했다. 우승을 빨리 확정하려는 조급함에 발목 부상 징후를 보인 김신욱을 무리하게 출전시킨 김호곤 감독의 선택도 패착이었지만, 김신욱이 불필요한 경고만 받지 않았더라도 최종전의 향방은 크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최종전에서 보여준 김호곤 감독의 전술운용도 아쉬움이 남았다. 전력의 핵인 김신욱과 하피냐가 모두 빠진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지만, 경기 후반 울산은 지나친 시간지연플레이로 빈축을 샀다. 전력누수는 포항도 있었지만 울산은 김신욱이 없는 상황에서 플랜 B가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홈경기였고 어쨌든 다급한 쪽이 포항이라고 했을 때 최소한의 밸런스는 유지해야 했지만 울산은 너무 일찍 잠그는 길을 택했고 이는 결국 포항에서 경기 후반 완전히 주도권을 내주는 상황을 자처했다. 그냥 잠그기만 한 것이 아니라, 중동 뺨치는 '침대축구'까지 시전하며 경기 막판 어이없는 경고가 속출했다. 성난 일부 포항 팬들이 경기장에 물병을 던지는 추태까지 유발했다.
그대로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더라도 울산은 그리 존경받지 못하는 챔피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시즌 내내 K리그 챔피언을 놓고 자웅을 겨뤄온 팀답지 않게 홈 최종전에서 볼썽사나운 침대축구의 끝판을 보여준 울산의 결말은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포항 김원일의 역전골로 처절하게 응징 당했다. 결국, 울산의 자충수가 만든 자책골이나 다름없었다.
후반 추가시간을 앞두고 우승을 기대하며 그라운드에 내려앉던 김신욱은 결국 팀의 우승이 좌절되는 모습을 확인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올해 K리그 최고의 토종 스트라이커였던 김신욱도, 40대 감독들이 득세하는 K리그에서 몇 안 남은 노장의 관록을 유감없이 보여줬던 김호곤 감독도, 마지막 2경기의 판단 착오로 인해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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