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진 코트 '눈속임 vs 엘보우 어택'
헤인즈-김동욱 비신사적 행동..피해는 김민구-포웰에게
심판은 속여도 팬들 눈은 못 속여..농구 열기에 찬물
지난 15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서 열린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고양 오리온스전에서는 논란이 될 만한 장면이 나왔다.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이 오리온스 김동욱과 몸싸움을 벌였고, 결국 팔꿈치로 상대를 가격했다는 판정을 받고 퇴장 당했다. 포웰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테크니컬 파울까지 받았다.
퇴장 조치를 당하고도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항의를 이어가 동료와 주변 관계자들이 말려야 할 정도였다. 포웰은 물론 유도훈 감독까지 양복 상의를 벗어던지고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뒤바뀌지 않았다.
그렇다면 심판은 왜 이날 몸싸움에 예민한 판정을 내렸을까. 농구팬들은 바로 하루 전 전주 KCC-서울 SK전에서 벌어진 애런 헤인즈의 팔꿈치 논란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SK 헤인즈는 경기 도중 KCC 김민구의 명치를 가격해 물의를 빚었다. 자칫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당시 볼과 상관없는 위치에서 벌어진 일이라 벤치는 물론 심판들도 이 상황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헤인즈는 퇴장감이었음에도 파울 판정도 받지 않았다. 이로 인해 헤인즈 뿐만 아니라 심판들까지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헤인즈의 경우는 명백히 고의성이 다분한 행동이었고, TV 중계화면에도 명백한 증거가 남았다.
하지만 포웰은 이와는 상황이 좀 달랐다.
중계화면으로 리플레이 된 장면에서는 포웰의 억울한 반응에 수긍할 수 있다. 오리온스의 김동욱이 자유투라인 부근으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반대쪽을 보고 있던 포웰과 부딪쳤다. 포웰은 갑작스러운 충돌 때문에 중심을 잃고 약간 휘청했다. 김동욱의 오펜스 파울이 먼저 불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포웰은 김동욱 쪽을 한번 노려보고는 바로 몸싸움을 걸었다. 신체접촉에 따른 신경전일 수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팔꿈치를 쓰지는 않았다. 오히려 김동욱이 포웰의 팔이 닫기도 전에 두 팔을 휘저으며 넘어졌다. 포웰을 노리고 파울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가 다분해 보이는 과장된 동작이었다.
하루의 시차를 두고 두 경기에서 벌어진 상반된 장면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농구 경기에서 만연된 비신사적인 플레이 중 가장 대표적인 악습이 바로 신체를 이용한 타격과 눈속임 동작이다. 두 행위는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지만 결과적으로 둘 다 농구장에서 근절돼야 할 더티플레이라는 것은 마찬가지다.
전자의 경우가 바로 헤인즈 같은 사례다. 신체접촉이 잦은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상대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위험하고 비일비재한 것이 바로 팔꿈치 사용이다. 과거에도 최명도, 박상관, 김성철, 로렌조 홀, 정재근 등이 팔꿈치 사용으로 상대에게 직접적인 부상을 입힌 사례가 있다. 선수들간 신체접촉에 대해 안이하게 인식하는 KBL의 솜방망이 징계도 비신사적인 팔꿈치 사용을 부추겼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상대에게 위해를 가해는 행위보다 더 보편적으로 만연해 있는 것이 바로 눈속임 동작이다. 최근 오심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SK와 오리온스 경기에서 도화선이 된 것이 바로 SK 변기훈의 시뮬레이션 액션에서 비롯됐다. 눈속임 동작은 몸싸움이 잦은 농구에서 정정당당하게 플레이하려는 선수들에게 손해를 끼치며 경기의 맥을 끊는 비신사적인 행위다.
고도로 발달한 TV 중계화면은 사각지대 없이 선수들의 예민한 움직임 하나하나를 모두 포착한다. 심판의 눈은 속일 수 있어도 지켜보는 팬들까지 속일 수는 없다. 예전처럼 비신사적인 행위를 저지르고도 모르쇠로 넘어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리고 이런 플레이가 거듭되고 논란이 부각될수록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현장에서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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