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필자는 물건을 구입하면서 카드사로부터 구입액의 일정 비율에 대한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받고 이를 꼬박꼬박 적립했으며, 미래에 어떻게 이를 사용할지 장밋빛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이 포인트를 막상 사용하려고 보니, 일정 포인트 이상 적립해야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포인트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도 매우 한정돼 있었다. 심지어 사용하려고 열심히 모아놓았던 포인트가 약관이 변경돼 급작스럽게 소멸된다는 이메일을 받고 왠지 속았다는 기분이 든 적도 있다.
고객충성제도(customer loyalty program)는 판매촉진 및 고객유지의 수단이다. 최근 소비자의 권익이 향상되고 동종산업 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우 항공업, 유통업, 금융업뿐 아니라 제조업에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고객충성제도는 고객에게 미래에 관련 재화와 용역을 제공할 것을 약정한 것이므로 기존 기업회계기준서에 의하면 운영기업 입장에서 충당부채에 해당하며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도 부채(선수수익)로 인식되나,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공정가치로 측정하므로 그 금액의 크기가 증가하게 되므로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고객충성제도를 운영하는 경우 회계처리는 관련 보상을 부여하는 시점과 약속된 보상을 행사(사용)하는 시점, 관련 보상을 사용하지 않아 소멸하는 시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업은 현재 정보수집기술의 발달로 인해 고객충성제도로 발생하는 마일리지나 포인트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고 있다. 즉 누구에게 얼마의 포인트가 부여되었고, 개별적으로 얼마가 사용되는지 또는 소멸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기업은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관련 회계처리를 각 시점에 직접 처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기말 재무제표에 당기 전입액과 사용 및 소멸액에 대한 정보를 재무제표에 모두 제공하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기업이 관련 부채의 증감액을 순액으로 제공하거나 전입액을 공시하지만 사용과 소멸분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 경우 정보제공자인 기업과 정보이용자인 소비자간 정보불균형을 야기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기업은 (필자가 당한 것처럼!) 관련 부채의 소멸시효를 단축하거나 사용을 어렵게 만드는 등 제도를 바꾸어 재량적으로 이를 조정할 유인이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고객충성제도 관련 계정을 통해 손익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들은 고객충성제도를 이용해 재량적으로 이익을 조정하고 있음을 밝혔다. 즉 포인트나 마일리지로 부여된 부채를 마음대로 전입하고 환입하여 이익을 부드럽게 하고 있음을(income smoothing) 검증했다.
또한, 고객충성제도를 이용해 이익을 조정하는 기업들일수록 이와 관련해 공시해야 할 내용을 자세하게 공시하지 않거나 지배구조가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이 의도적으로 전입, 환입된 재량적 포인트 조정액에 대한 정보를 정보이용자에게 제공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암시한다.
미래에는 고객충성제도의 중요성은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고객충성제도를 이용하여 소비자를 우롱하거나 이익조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처가 필요하다.
첫째, 고객충성제도에 대한 공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즉 포인트를 어떻게 부여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또는 언제 소멸하는지에 대한 공시를 재무제표 주석에 상세히 공시해야 할 것이다.
둘째, 규제당국은 포인트 부여 시에 제시하는 약관의 일방적인 변경(소비자에게 불리한 변경)을 막아야 할 것이다. 처음 물건을 판매할 때는 소비자를 현혹하려 온갖 혜택의 포인트를 제공하는 것처럼 선전하지만, 실제로 물건구입 후 포인트를 사용할 때는 이를 제한하거나 소멸시효를 단축하는 등의 행위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셋째, 규제당국과 기업은 포인트를 여러 가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사용되지 않는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소비자 간 거래할 수 있거나 통합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포인트를 부여한 기업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중요하지 않았던 계정인 포인트나 마일리지 관련 부채는 이미 그 금액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졌다. 심지어 항공사의 경우에는 중요한 부채인 매입채무보다 그 금액이 크다.
따라서 규제당국은 고객충성제도 관련 부채가 재량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혜택을 약속받은 소비자가 이를 효율적이며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보다 건전한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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