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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개혁? 적 앞에서 강 건너기 '적전도하'


입력 2013.12.30 11:36 수정 2013.12.30 11:43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한반도 정세 격랑 이는데 국가안보 뒤흔들기 시도

서울 세곡동 소재 국정원 현관.ⓒ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최근 동북아에서 일고 있는 격랑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파고의 진원은 크게는 중국과 미국에 있다. 아직도 여러 면에서 적지 않은 후진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은 ‘신형 대국관계’를 내세우면서 ‘주동작위(主動作爲)’를 들먹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주장과 태도를 현실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지나친 팽창이나 작위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정책과 맞부딪치는 데서 격랑이 일고 있다.

중국은 스스로 대국임을 자처하면서 ‘역사적으로 새로운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과 충돌을 빚었지만, 미ㆍ중 두 강대국은 이런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 평화적 발전을 이루자’며 제시한 것이 이른바 ‘신형 대국관계’이다. 지난 6월 미ㆍ중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가 국제문제에 있어 공조하기로 한 것은 미국이 중국의 ‘신형 대국관계’를 받아들였음을 뜻한다. 그런데 중국은 과거 조용히 힘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벗어나 이제부터는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하겠다는 ‘주동작위’를 주창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과거와는 달리 이 지역에서 해상 영유권과 패권을 추구함에 있어 매우 공세적이다. 이 같은 중국의 태도는 현상 파괴적인데 반해,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는 작금의 전략 구도를 유지ㆍ강화하여 전략적 재 균형을 유지하려는 정책이다. 그러므로 현상을 파괴하려는 중국의 전략은 현상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그것과 갈등하고 충돌함으로써 격랑을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일본 아베 정권이 우경화에 따른 군사적 개입을 노골화함으로써 이 지역의 안보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특히 주권과 국익이 걸려 있는 해상의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중ㆍ일간의 경제적 상호 의존과는 달리 외교ㆍ군사적으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중ㆍ일 두 나라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창설과 방공식별구역에 따른 견해 차이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국정원이 “최근 북한 노동당 행정부 내 장성택의 핵심 측근들에 대한 공개처형 사실이 확인됐다”며 “장성택도 실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이래 중ㆍ미에 의한 파고에 비견되는 격랑이 일고 있다. 이 같은 국가정보원의 초도 보고는 지난 9일 ‘조선중앙텔레비전방송’이 12월 8일 소집된 ‘조선노동당중앙정치국확대회의’ 현장에서 장성택이 체포되는 장면을 공개하면서 기정사실로 확인되었다. 아울러 우리 정보당국의 정보력도 인정받게 되었다.

장성택의 체포가 확인되기 직전 적지 않은 북한전문가들은 이를 미확인 보도로 간주하고 반신반의하면서 설왕설래하였다. 어떤 전문가는 김정일 사망 2주기 기념식장에 장성택을 깜짝 등장시킴으로써 우리의 정보능력을 우습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했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들은 국정원 ‘음모론’과 ‘물 타기’로 간주하고 이 같은 잘못된 정치행태는 이젠 그만둬야 한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견해와 단정은 억측과 편견이 되고 말았다.

이처럼 장성택의 실각에 따른 견해와 단정이 난무했던 것은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보와 인식에 한계가 있음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라고 하는 집단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것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동북아에서 일고 있는 격랑에 장성택의 숙청으로 인한 파고의 진폭은 가름하기조차 어렵게 출렁이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과 주변국 상황 변화에 능동적ㆍ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운영을 담당하고 국가안보실 기능을 보강할 수 있도록 NSC 상설 조직 설치를 포함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정부는 이미 NSC 사무조직의 규모와 역할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한중일 등 동북아 3국은 공히 NSC를 가동하고 있거나 준비 중에 있다. 이는 이 지역의 안보 상황이 얼마나 복잡하고 긴장되어 있는가를 짐작케 한다.

이런 상황 아래서 지난 12월 3일 출범한 ‘국정원개혁특위’는 개혁에 대한 논의와 검토를 벌이고 있다. 일찍이 율곡은 ‘정재지시(政在知時)’라고 해서 정치는 때를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게 없다고 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국정원의 개혁을 조야가 논의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는 마치 전투준비를 끝낸 적진 앞에서 강을 건너는 이른바 ‘적전도하(敵前渡河)’만큼이나 위험하고 무모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가의 안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보에 의해 좌우되었기 때문에 정보력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더욱 한반도처럼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보력 강화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어렵게 여야의 합의로 이루어진 국정원개혁특위가 개혁을 포기할 수 없다면, 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뚜렷한 국가의식과 더불어 통시적인 성찰과 현실을 꿰뚫어보는 지혜와 철학을 가지고 개혁에 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개선한다고 해서 시작한 개혁이 개악을 저질러 국가안보를 더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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