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훈 테이프 사건’ 유재학 감독 왜 흥분했나
3초룰 폐지 이후 들쑥날쑥한 활약
소극적 자세 문제점, 업그레이드 절실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함지훈 테이프 사건’으로 호된 비판을 받았다.
16일 안양체육관서 열린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안양 KGC 인삼공사전 도중 약속된 수비전술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포워드 함지훈을 작전타임 때 강제로 보호테이프를 붙이도록 지시한 것이 방송중계를 타며 논란이 확산됐다.
유재학 감독의 행동이 도를 지나쳤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방식과 수위는 분명히 잘못됐지만 왜 유재학 감독이 함지훈의 플레이에 그토록 실망했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모비스에서 데뷔한 함지훈은 프로 데뷔 이래 줄곧 유재학 감독과 선수 경력을 함께해온 애제자다. 기본적으로 아무리 혼을 내고 질타를 하고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제관계다. 함지훈은 유재학 감독 밑에서 데뷔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어느덧 리그를 대표하는 파워포워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함지훈의 플레이는 정점에서 다소 내려온 느낌을 준다. 빅맨으로서는 단신이지만, 위력적인 포스트업을 통한 골밑플레이가 장기였던 함지훈은 KBL이 국제 규정에 따라기가 위한 방편으로 수비자 3초 룰을 폐지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케이스다.
함지훈보다 키가 크고 힘이 좋은 장신의 외국인 빅맨들이 수시로 골밑에 상주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함지훈은 예전처럼 손쉽게 골밑을 유린하지 못했다. 더구나 로드 벤슨과 문태영, 이대성 등 최근 몇 년간 뛰어난 팀 동료들이 연이어 가세하면서 함지훈의 비중도 이전보다 작아졌다.
몇 년 전만 해도 모비스의 공격전술은 함지훈을 중심으로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볼 소유시간이 줄어들면서 함지훈의 플레이도 기복이 심해졌다. 들쭉날쭉한 활약에 대해 유재학 감독의 질타도 점점 잦아졌다.
유재학 감독이 함지훈에게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슛 범위와 적극성이다. 최근에는 빅맨들도 슛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추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함지훈은 빅맨으로는 키가 큰 편이 아니고 그렇다고 기동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대신 슈팅력과 패싱 센스를 갖추고 있다. 일단 적극적인 중거리 슛으로 상대에게 압박을 줘야 수비를 끌어낼 수 있고, 상대가 유인해내면 다시 골밑으로 치고 들어가 아군에게 좋은 패스를 공급하는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함지훈의 성향은 저돌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여유 넘치고 느긋한 쪽에 가깝다. 경기가 잘 풀릴 때는 상관이 없지만, 안 풀릴 때는 소극적으로 변하기 쉽다. 함지훈의 경기력이 좋지 못한 날은 대개 슈팅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주저하거나, 어정쩡한 포지션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수비에서도 악영향을 미친다. 모비스는 유재학 감독의 특성상 수비 전술의 변화가 잦은 팀이다. 주로 골밑에 위치한 함지훈이 적극적인 활동량을 도움 수비에 가세하거니 혹은 공격패턴 변화에 따른 동료 선수들의 위치를 정해 주지 않으면 수비 로테이션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잦다.
모비스는 올 시즌 프로농구 2연패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서울 SK나 창원 LG 등 강력한 높이와 공격력을 지닌 팀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앞으로 플레이오프라는 관문을 남겨두고 있는 모비스 입장에서는 함지훈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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