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라 치부, 마음 아파"…씁쓸한 가수들
'뷰티플 민트 라이프' 공연 직전 무산
"일방적 통보" VS "여러 차례 협의"
"서로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그저 가벼운 딴따라질로 치부되는 것에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지난 25일 밴드 데이브레이크 보컬 이원석은 트위터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이원석뿐만 아니다. 같은 날 스윗소로우 멤버 성진환, 싱어송라이터 주윤하 등도 "견딜 수 없이 슬프고 부끄러운 밤"이라며 비참한 속내를 밝혔다. 인디밴드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이하 '뷰민라')가 개최 하루 전인 이날 고양문화재단의 통보로 돌연 취소됐기 때문이다.
'뷰민라'는 언니네 이발관, 자우림, 데이브레이크, 페퍼톤스 등 59팀이 출연하는 인디밴드 페스티벌이다. 26~27일, 5월 3~4일, 경기 일산 고양아람누리에서 함께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양문화재단이 공연을 하루 앞둔 25일 취소를 통보하면서 무산됐다.
고양문화재단은 25일 오후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진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뷰민라'가 전면 취소됐다"며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뷰민라'의 공연을 주최하는 공역기획사 민트페이퍼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에 고양문화재단으로 받은 취소 확정 공문을 올렸다. 민트페이퍼에 따르면 고양문화재단은 오후 5시54분 '뷰민라' 측에 공문을 보내 "재단은 '뷰민라' 측과 여러 차례에 걸쳐 공문과 면담 등을 통해 취소 및 연기 등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재단은 공공기관으로서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그리고 가족들의 슬픔을 뒤로 한 채, 어떤 행태로든 '뷰민라'의 정상진행에 협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취소를 통보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뷰민라' 측은 재단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라고 주장했다. '뷰민라' 측은 이날 오후 6시40분 "음향, 조명, 무대, 영상 시스템의 세팅 및 리허설까지 끝났는데 공연을 불과 하루 앞둔 상황에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공연 취소로 인해 발생하게 될 모든 문제와 관련한 책임에 대해서도 한마디 언급 조차 없었다"며 회신 공문을 보냈다.
이후 고양문화재단은 배상과 책임 의사를 밝혔고 '뷰민라' 측은 취소 통보를 수락했다. '뷰민라' 측은 "고양문화재단 대표와 민트페이퍼 프로듀서 동의 하에 이날 오후 8시5분 취소가 확정됐다"며 "스태프들과 대책 회의를 갖고 취소를 알려드리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어떠한 말로 사과드려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극박하게 벌어진 일인 만큼 소식을 빨리 알려야 하고 우선은 관객 여러분들의 티켓 취소 문제부터 해결하겠다"며 "다시금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세월호 침몰 사고로 각종 공연이 줄줄이 취소된 상황에서 '뷰민라 측은 공연 개최 여부를 고심했다. 공연기획사 민트페이퍼의 이종현 프로듀서는 공식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올려 공연을 축소, 진행할 것을 밝혔다.
그는 "음악과 공연은 경우에 따라서 누군가를 위로하고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정 연기를 고민한 적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가 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공연, 노래, 박수 등을 통해 방법을 찾으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 의미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어느 때보다 죄송스럽고, 모든 부분에 부족함을 느낀다"며 "위로와 희망을 같이 하고 싶었고 결국 음악과 공연만이 답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노란 핀버튼을 부착해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연을 불과 하루 앞둔 상황에서 공연이 취소됐고 음악을 통해 위안을 전해주려던 가수들은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스윗소로우 성진환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2014년 봄, 이 절망적인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우리가 할 일이, 우리가 지켜야 할 자리가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음악을 업으로 삼은 이후 그 믿음이 오늘처럼 많이 흔들렸던 적이 없네요. 만 하루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어떤 압력에 의해 취소된 '뷰티풀 민트 라이프'. 견딜 수 없이 슬프고 부끄러운 밤입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데이브레이크 이원석은 "그 어떤 공연보다 많이 고민하며 준비했던 '뷰민라 2014. 서로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한 곡, 한 곡 최선을 다해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오시는 분들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주최 측, 뮤지션, 그리고 관객을 아무 생각없는 사람들로 만드는 이 선택이 과연 옳습니까?"라고 말했다.
가수 주윤하는 "이 나라가 음악을 또 음악 하는 사람을 얼마나 가벼이 여기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네요. 열심히 준비했을 뮤지션, 스태프들 그리고 음악에 위로 받고 싶었을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니 뮤지션으로서 마음이 무겁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자신을 인디팬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공연을 취소한 건 애도기간이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하지만 하루 전에 취소를 통보한 건 관객과 가수, 공연 주최 측에도 무례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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