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우승경쟁 미궁 속으로…3위 맨시티 대역전?
리버풀, 첼시에 0-2 덜미 잡혀 우승탈환 고비 직면
한 경기 덜 치른 맨시티, 승점·골득실 관리 유리
리버풀의 우승으로 끝날 것만 같았던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선두경쟁이 또다시 짙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첼시가 27일(한국시간) 리버풀 안필드서 열린 36라운드 리버풀과의 원정경기에서 예상을 깨고 2-0 승리를 거뒀다. 조제 무리뉴 감독은 AT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을 앞두고 다수의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며 1.5군을 투입하고도 대어를 낚는 행운을 누렸다.
최근 정규리그 11연승을 달리던 리버풀은 홈에서 충격적인 일격을 당했다. 올 시즌 전반기 스탬포드 원정에서 1-2로 패했던 리버풀은 홈에서도 설욕에 실패하며 첼시전 이후 시작된 연승행진이 첼시전에서 끊겼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자력으로 확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놓쳤다.
'캡틴' 스티븐 제라드의 통한의 실책이 유난히 아쉬웠다. 주도권을 잡고 첼시를 몰아붙이던 리버풀은 전반 추가시간 제라드가 위험지역에서 치명적인 패스 실수를 저지르며 뎀바 바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다급해진 리버풀은 후반 막판에는 총공세로 나서다가 또 추가시간에 윌리안에게 쐐기골을 허용했다.
리버풀에서 활약했던 첼시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는 골키퍼와 완벽한 2:1 찬스에서 직접 골을 넣을 수 있음에도 윌리안에게 득점기회를 양보하며 친정팀을 배려하는 듯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소한 무승부 이상을 거둬야했던 경기에서 일격을 당하며 리버풀은 24년 만의 우승탈환에 최대 고비에 직면했다. 리버풀은 승점 80으로 2위 첼시(승점78)에 여전히 2점 차로 앞서고 있지만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더 큰 변수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다. 첼시의 승리로 가장 큰 이익을 누린 것은 사실 3위 맨시티였다. 같은 날 맨시티가 크리스탈 팰리스를 2-0으로 제압하면서 승점 77점으로 리버풀과의 격차를 3점까지 좁혔다. 맨시티는 리버풀-첼시보다 아직 한 경기를 덜 치렀고 골득실(+58)에서는 세 팀 중 가장 앞서고 있다.
세 팀이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긴다고 했을 때 리버풀과 맨시티는 86점, 첼시는 84점이 된다. 맨시티가 리버풀보다 골득실에서 +8이 앞서기 때문에 동률이 될 경우 맨시티의 우승이 된다.
맨시티는 지난 2011-12시즌에서도 28승5무5패(승점 89점)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에서 8골 앞서 44년 만에 극적인 역전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리버풀은 크리스탈 팰리스(5월 6일. 원정)-뉴캐슬(5월11일)전을 남겨두고 있다. 중위권의 두 팀은 모두 강등 경쟁이나 다음 시즌 유럽클럽대항전(챔스, 유로파)과 무관한 상황에 있는 만큼 남은 경기가 리버풀만큼 절실하지 않다.
맨시티는 에버턴(5월 4일 원정) 아스톤빌라(8일 홈), 웨스트햄(11일 홈)의 최종전을 치른다. 아스날과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4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에버턴과의 원정경기가 최대 고비다. 하위권의 아스톤빌라와 웨스트햄은 강등경쟁에서 안정권에 접어들었지만, 일정상 맨시티와의 대결전까지 1부 리그 잔류를 최종적으로 확정지을 수 있느냐에 따라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첼시는 리버풀을 잡았지만 여전히 자력 우승은 불가능한 상태다. 첼시는 일단 챔피언스리그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다음달 1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을 치르면 노리치시티(5일 홈), 카디프시티(11일 원정)등 현재 강등 0순위 두 팀을 만난다.
전력상 첼시의 우위지만 강등권 팀들 간 격차가 크지 않아 두 팀이 전력으로 나올 경우 첼시로서도 쉽지 않은 승부를 예상한다. 일단 두 경기 모두 잡고 리버풀과 맨시티가 한 번씩 미끄러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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