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징크스’ 전북 또 눈물…투지만 있고 요령 없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서 0-1 패 ‘탈락’
‘이명주 마크’ 최보경 퇴장으로 자멸
전북 현대가 끝내 포항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전북은 13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전반 6분 김승대(포항)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홈 1차전에서 1-2로 역전패했던 전북은 결국 2패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실력과 매너 모두 졌다. 최강희 감독은 1차전에서 패한 뒤 선수들의 소극적인 경기 운영에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이에 자극받은 듯 2차전에서 전북 선수들은 초반부터 거친 플레이로 포항선수들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의욕만 앞섰을 뿐 요령이 따라주지 못했다. 쓸데없이 거친 플레이는 오히려 심판의 휘슬만 바쁘게 했을 뿐이다. 제풀에 평정심을 잃은 전북은 이날 포항 에이스 이명주를 전담마크하기 위해 투입한 최보경이 기 싸움을 벌이다가 무모한 박치기로 퇴장당하는 악재가 겹쳤고, 결국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전북에게 포항은 천적이다. 지난해 FA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고배를 마신 것으로 비롯해 2012년 이후 2승 1무 9패의 절대열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리그 경기와 챔피언스리그 1·2차전을 포함해 3전 전패를 기록 중이다.
전북의 강점은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불리는 강력한 공격이다. 전방위 압박을 통해 볼 점유율을 높이고 빠른 측면역습으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게 전북의 기본 패턴이다.
하지만 '스틸타카'로 불리는 짧고 간결한 패스축구를 펼치는 포항을 상대로는 중원싸움에서 번번이 밀리며 어려움을 겪었다. 포항 미드필더진의 능수능란한 완급조절과 수비 뒷공간 공략에 전북의 압박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부상으로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을 결장한 베테랑 미드필더 김남일의 공백도 경기흐름이 어려울 때 중심을 잡아줄 리더의 부재로 나타났다. 부상투혼을 불사른 공격수 이동국은 패스지원 부족 속에 전방에서 이렇다 할 기회를 잡아보지 못했다.
전북은 올해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동반 제패를 꿈꾸며 화려하게 출항했다. 일각에서는 절대 1강이라는 기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조직력 곳곳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빡빡한 일정 속에 로테이션 시스템을 통한 안배에도 불구하고 체력적 열세가 두드러졌다. 이제 리그와 FA컵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게 된 전북이 휴식기동안 팀을 어떻게 재정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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