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고?' 산전수전 홍명보·자케로니 해법 있다
평가전 부진하자 축구팬 우려의 목소리
이미 원인 파악 끝, 본선에 맞춰 풀어가야
유럽파의 방전된 체력과 3대륙을 오가는 시차적응이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둔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일본대표팀 자케로니 감독은 지난 27일 키프로스와의 평가전 직후 “유럽 시즌이 막 끝난 상태라 유럽파들이 지쳐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해법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한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홍명보 감독은 튀니지와의 평가전 직후 유럽파의 떨어진 체력을 솔직히 인정했다. MBC 안정환 해설위원도 “유럽파는 현재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상태다”며 “나도 선수 시절 월드컵을 앞두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지금부터 서서히 끌어올리면 된다”고 분석했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히딩크식 파워 프로그램 ‘20m 왕복달리기’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적절한 휴식을 주며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한국대표팀 피지컬 코치 이케다 세이고도 “지금 선수들의 근지구력은 60% 수준이다”며 “모든 초점은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 맞춰있다”고 전했다. 튀니지전 유럽파의 무거웠던 움직임이 이해되는 이유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한일 양국은 유럽파 비율이 높아졌다. 그만큼 선수들의 기량은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했지만 꼭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5~6월이면 유럽축구는 휴식기에 들어간다. 선수들의 컨디션은 자연스레 하강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한국과 일본은 월드컵 준비기간 3대륙(유럽→한국→아메리카)을 오가며 시차에 적응해야 한다. 유럽 팀보다 아시아 팀이 불리한 이유다.
한국대표팀은 30일 전지 훈련지인 미국 마이애미로 떠났다. 태극전사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난 29일 미국 플로리다로 떠나기 전, 공항에 모인 선수들 눈은 다크서클이 짙게 깔렸다.
게다가 양국 유럽파는 크고 작은 부상에도 시달렸다. 일본은 나가토모 유토(인터밀란)가 고질적인 무릎 통증으로 키프로스전에서 후반 교체 아웃됐다. 혼다 케이스케도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 의심까지 받고 있다. 땀을 많이 흘리고 체력 부침이 심하다. 라식 수술 이후 오히려 패스 정확도가 떨어졌다.
한국은 기성용과 박주호가 시즌 막판 당한 무릎 부상에서 겨우 완쾌됐다. 이 때문일까. 정신적·육체적으로 기진맥진한 기성용은 튀니지전에서 왼손 경례 실수까지 저질렀다. 기성용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경기 전 무릎을 다쳤던 것에 신경쓰다보니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머리 숙여 사과했다.
시련, 좌절, 시행착오 없는 성공은 없다. 안정환 해설위원은 튀니지전 직후 “지금 이 시점에서 모든 것이 잘 풀리면 오히려 불안하다. 본선에서 잘하리라 믿는다”고 긍정론을 펼쳤다. 산전수전 다 겪은 홍명보와 자케로니는 그 원인과 해답을 알고 있다. 주어진 시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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