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꼼짝 마!” 보험사는 이미 다 알고 있다
보험사기 증가와 함께 보험사기 적발 건수도 증가
고객가입정보 사고이력 질병정보 등 데이터로 걸러
#회사원 A 씨는 술을 마시고 자신의 자동차를 몰다 집 앞 골목길에서 전봇대를 들이박았다. 주변에는 A 씨의 차 사고를 본 목격자도 CCTV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다음날 A 씨는 보험회사에 사고가 발생했다며 수리비 150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 보상직원은 A 씨의 음주사실을 시인 받아 보험금 편취를 막을 수 있었다.
A 씨가 술을 마신 사실을 보험사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보험사가 운용하는 사기방지시스템(FDS, Fraud Detection System) 덕분이다.
보험사 보상직원은 FDS를 통해 A 씨가 과거 음주운전 이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A 씨는 지난밤 주점에서 자신의 신용카드로 결제한 기억이 떠올라 보상직원의 추궁에 자백하게 됐다. 보험사기가 지능화되는 만큼 보험사의 FDS도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규모는 7만 7112명으로 금액으로 따지면 5190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 2012년과 비교했을 때 14.5%(4533억원) 증가한 액수다.
보험사기 유형별로는 음주와 무면허, 운전자 바꿔치기, 사고내용 조작이 2085억원으로 전체 보험사기에서 40% 넘게 차지했다. 특히 자해, 살인, 상해 등 보험금을 목적으로 고의로 사고를 일으키는 강력범죄 적발금액이 많이 증가했다.
보험사기가 증가한 배경에는 피보험자의 도덕적 해이라는 문제도 있지만, 반대로 보험사기를 적발한 건수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보험사기는 해마다 비슷하게 발생했지만, 이를 많이 적발하다 보니 보험사기가 늘어난 것처럼 '착시효과'를 불렀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사 FDS가 정교해지면서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 지난해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심사 과정에서 적발한 금액은 전체 78%(4052억원)로 지난 2012년(3378억원)보다 20% 가까이 증가했다. FDS는 보험금 지급심사 과정에서 활용된다.
보험사 FDS는 피보험자를 포함한 사고와 관련된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숫자화해 보험사기를 걸러내는 시스템이다. 예컨대 음주운전 경력이 있거나 지나친 음주로 병원을 자주 오간 기록이 있다면 FDS는 이를 보상직원에게 계량화된 숫자로 알린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이 최초로 FDS를 도입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보험사기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며 "FDS는 이런 패턴을 점수화해서 의심도가 높은 보험 청구건에 대해 보상직원에게 알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점수가 높을수록 보험사기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고 보고 집중적으로 조사한다"고 부연했다.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도 FD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FDS는 다양한 정보를 데이터화한 뒤 이를 다시 계량화하는 모델로 운영된다"며 "접수된 사고가 일정 기준 이상으로 점수가 산출되면 이를 보험사기로 의심하고 보상현장에 제공한다"고 말했다.
보험사에 FDS 솔루션을 제공하는 IT보안업체 관계자는 "고객정보와 계약정보, 사고지급정보, 손해율 정보, 각종 통계, 병원별 보험사기 등 다양한 요소를 근거로 패턴을 구성한다"며 "자료가 많을수록 보험사기를 적발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최근에는 FDS에 활용되는 정보가 다양해졌다. 보험사기와 자주 연루된 병원에서 보험신청이 들어왔을 경우 FDS는 피보험자의 주거지와 사고 발생지 거리 등을 분석한 뒤 이를 숫자로 계량화한다. 특정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사람이 굳이 그 병원을 찾았다면, 보험사기 가능성도 수상한 '거리'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가 해마다 증가한다는 통계를 달리 보면 보험사기를 많이 적발한다는 얘기일 수 있다"며 "다양한 데이터와 이를 계량화하는 알고리즘이 정확해질수록 보험사기 적발 건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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