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③]‘씹고 뜯고 찍고’ 브라질월드컵, 고로 아팠다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입력 2014.07.15 16:44  수정 2014.07.16 11:51

네이마르 가격한 수니가 니킥과 수아레스 물어뜯기 등 거친 파울 많아

신체 생채기 보다 각종 논란 속 미끄러진 한국축구로 인한 상처 깊어

콜롬비아의 후안 카밀로 수니가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네이마르의 허리를 가격했다. ⓒ 게티이미지

전차군단 독일의 우승으로 화려한 축구의 향연은 막을 내렸다.

공인구 브라주카 위력 속에 경기당 2.7골이 터진 ‘2014 브라질월드컵’은 64경기 치르는 동안 총 342만 9873명의 관중을 불러들였다. 이는 1994 미국월드컵에 이은 역대 월드컵 최다관중 2위. 화려하고 흥행에 성공한 대회로 월드컵사에 남을 ‘2014 브라질월드컵’도 사실은 상처투성이다.

경기 도중 거친 플레이에 당한 피해 선수들은 통증을 호소했고, 심지어 부상으로 월드컵 무대를 이탈하는 불상사까지 발생했다. 몸만 아팠던 것은 아니다.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명장이 여론의 질타에 불명예 퇴진했고, 한 국가의 축구사에 ‘대들보’같은 존재였던 감독은 갈기갈기 찢기고 씹히며 축구의 ‘축’자도 꺼내기 어려울 정도로 멍들었다.

또 그라운드 밖에서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브라질 정부의 무리한 월드컵 유치에 따른 반대 시위가 극렬하게 이어졌고, ‘미네이랑 비극’ 독일과의 4강 대패 후에는 버스가 방화로 전소되고 쇼핑센터 약탈사건 등 소요사태로 번져 브라질 땅도 타들어갔다.

심신이 아픈 브라질월드컵에서 먼저 몸의 상처를 살펴본다. 가장 먼저 포르투갈의 수비수 페페는 독일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상대팀 공격수 토마스 뮐러에게 박치기를 가해 퇴장 당했다. 0-2 뒤지던 포르투갈은 수적 열세 속에 0-4 대패, 페페의 박치기는 포르투갈 조별리그 탈락의 도화선이 됐다.

또 카메룬의 알렉스 송은 크로아티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팔꿈치로 상대팀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를 내리 찍어 퇴장 당했다. 송이 퇴장당한 카메룬은 역시 0-4 대패하며 조별리그 3패로 망신만 당했다.

우루과이 ‘문제아’ 루이스 수아레스는 또 물었다. 이탈리아와 마지막 조별리그에서 수비하던 조르지오 키엘리의 어깨를 무는 기행을 저질렀다. 당시 주심은 이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경기 후 FIFA는 수아레스에게 FIFA 주관 9경기 출장정지와 4개월간 축구에 관련된 활동을 금지 시켰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콜롬비아-브라질의 8강이다. 콜롬비아의 후안 카밀로 수니가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네이마르의 허리를 가격했다. 네이마르는 경기장을 떠났고 검사 결과 척추 골절 판정을 받으며 월드컵을 이탈했다.

그 여파로 우승을 노렸던 브라질이 4강전에서 독일에 1-7이라는 충격적인 참패를 당하며 ‘미네이랑의 비극’ 속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급기야 수니가는 브라질 마피아로부터 살해위협을 받기에 이르렀다.

더 큰 문제는 치유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다.

3-4위전인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도 무기력하게 0-3 완패한 브라질대표팀의 스콜라리 감독은 브라질 국민들의 사퇴 압박에 버티기 작전을 펼치려 했지만 끝내 자리를 떠났다. 사퇴나 경질은 아니지만 스콜라리 감독에게는 불명예스러운 계약연장 불가 발표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끄는 등 최근 4번의 월드컵에서 3번이나 4강을 이끌었던 ‘명장’이 굴욕적으로 퇴진했다. 독일전에서의 94년 만의 6골차 패배가 결정타였다. 몸도 다치고 마음도 다친 순간이다.

브라질 언론들은 네이마르 공백을 대비한 ‘플랜B’를 준비하지 않은 스콜라리 감독을 지적하고 나섰다. 스콜라리 감독은 이번 대회 최종엔트리에서 루카스 모우라, 호나우지뉴, 카카 등 유사시 네이마르의 대체자가 될 수 있는 베테랑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스콜라리가 밀었던 최전방 공격수 프레드로는 브라질 공격의 마침표를 찍기 무리였다.

결국, 축구가 하나의 종교와도 같은 세계 최강을 자부해왔던 브라질 국민들의 자존심이 짓밟히며 들러리로 전락했다.

한국 축구팬들의 마음은 더 뼈아팠다. 4년을 기다린 월드컵에서 사실상 조별리그 2경기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예감, 3차전에 대한 기대조차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허무하게 월드컵에서 퇴장했다.

홍명보호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경기내용도 실망스러웠지만 선수선발 논란, 홍 감독의 토지매입, 대표팀의 음주가무 등 각종 사건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홍명보 감독의 재신임도 책임을 회피하는 인상을 줬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재신임 발표 일주일 뒤 감독직에서 사임했다.

새로운 4년을 기약할 수 있는 비전과 계획을 수립해도 모자랄 시간에 아직도 한국축구는 브라질월드컵 참패 후유증에 갇혀 뒷수습조차 시작하지 못한 실정이다.

홍명보호의 몰락을 초래한 결정적인 계기는 박주영 발탁과 최종엔트리 구성에서의 ‘의리 논란’이었다. 홍 감독 자신이 정한 원칙을 정면으로 깼다. 이때부터 홍명보 감독은 여론의 비판에 눈과 귀를 닫고 철저한 일방통행을 했다. 월드컵 탈락 이후 귀국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감독과 대표팀에서 쏟아진 엿세례는 그동안 뒤틀린 절차와 과정에서 쌓인 국민들의 분노가 단적으로 드러난 장면이다.

사실 '영원한 캡틴'으로 불린 홍명보 감독은 한국축구사에서 신화적인 존재다. 2000년대 중반부터 축구협회의 국내 지도자 육성계획에 따라 '황태자'로 키웠던 홍명보 감독은 한국축구의 영웅에서 순식간에 역적으로 몰리며 승승장구하던 축구인생에 큰 흠집을 남기게 됐다. 그의 몰락을 지켜보는 축구팬들의 마음은 실망에 찢어졌고, 대들보가 뽑히는 허탈함에 눈물을 훔쳐야 했다. 고로 브라질월드컵은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픈 대회로 가슴에 맺힐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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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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