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타고투저’ 좋든 싫든 새 역사 쓴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4.07.17 11:34  수정 2014.07.17 11:37

외국인타자 합류-투수들 하향평준화 원인

박병호·이재원·서건창 새 역사 기대

박병호는 전반기에만 30홈런을 기록하며 3년 연속 30홈런 기록을 세웠다. ⓒ 넥센 히어로즈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전반기는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으로 기억될 만큼 타자들의 방망이가 뜨거웠다.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은 1999년이다. 당시엔 팀 타율 0.276, 평균자책점 4.98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전반기에만 팀타율 0.291, 평균자책점 5.28으로 1999년의 기록을 모두 뛰어넘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올해가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외국인 타자의 영입 등으로 인한 각 팀의 타선 강화. 심판의 보수적인 스트라이크존 운용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한편으로 투수층의 상대적인 하향평준화 역시 타고투저 현상을 부채질한 것으로 평가된다.

각 팀마다 두 자릿수 득점과 안타가 속출하는 핸드볼 야구가 빈번해지고, 경기 종반 이닝의 증가로 한 번에 승부가 뒤집히는 역전극도 잦아졌다. 겉보기에는 활발한 타격전 같지만 실제로는 이미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경기 시간만 늘어나고 긴장감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나마 타자들에게는 기회의 시즌이다. 넥센 박병호는 전반기에만 30홈런을 기록하며 3년 연속 30홈런 기록을 세웠다. 박병호는 2003년 이승엽이 세운 한국야구 한 시즌 최다홈런(56개)기록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4할 타율에 도전 중인 SK 이재원(0.394)과 200안타 기록을 노리는 넥센 서건창(125개)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도 프로야구는 삼성의 독주체제가 굳건했다. 4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삼성은 오승환의 일본 진출로 전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무색케 하듯 전반기 49승 27패 2무(0.645)의 높은 승률로 경쟁 팀들을 압도했다.

밴덴헐크(10승)-장원삼(9승)-윤성환(8승)-마틴(5승)-배영수(5승)로 이어지는 강력한 선발진과 불펜의 조화가 돋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 첫 4연패로 전반기를 찜찜하게 마무리한 게 변수다.

신생팀 딱지를 뗀 NC의 약진도 놀랍다. 삼성에 4경기 뒤진 46승 32패로 3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둔 NC는 찰리-에릭-웨버의 외국인 삼총사에 이재학까지 가세한 탄탄한 선발진을 등에 업고 프로 1군 합류 2년 만에 태풍의 눈으로 성장했다. 김경문 감독의 노련한 리더십과 지난겨울 FA 시장에서 전력보강에 성공하며 신구조화를 극대화한 것이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반면 LG-한화-SK 등은 힘겨운 전반기를 치렀다. LG는 1선발 레다메스 리즈의 부상이탈 공백 속에 시즌 초반 4승 1무 13패로 최하위라는 참담한 성적을 남겼고, 결국 김기태 감독은 지난 4월 23일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급격하게 흔들렸다. 최근 양상문 감독이 부임하면서 팀을 재정비한 LG는 7위까지 반등하며 후반기 반격을 예고했다.

5월 초반까지 선두권을 달리던 SK의 추락도 가파르다. 외국인 농사의 실패와 주축들의 줄부상이 겹쳐 8위까지 추락했다. FA 시장에서 이용규-정근우 등 대어급 선수들을 대거 보강하며 반등을 노렸던 한화도 부실한 마운드의 한계를 드러내며 또 최하위로 추락했다.

올해 전반기는 잦은 실수에서 비롯된 사건사고로도 화제를 모았다. 연이은 오심 논란으로 심판에 대한 불신이 극으로 치달았다. 지난 4월 30일 광주 KIA-SK전에서는 관중이 난입하며 심판을 폭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4월 18일 잠실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선 기록원의 실수로 플레이됐던 모든 상황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고령 김응용 한화 감독은 5월 21일 넥센전에서 심판에 항의하다가 퇴장 당했는데 통산 6번째 퇴장은 프로야구 최다기록이었다. 이 역시 판정에 대한 불신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경현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