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문재인 '맑음' 박원순 '흐림' 안철수 '먹구름'
문 '지지층 외연 확대' 박 '기동민 파장' 안 '공천 잡음'
7.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차기 대권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춤한 사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지난 5월까지 야권 내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선두를 지키던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같은 달 3위로 떨어진 뒤로 반등의 기회를 못 잡고 있다.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 중 가장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인물은 문 의원이다. 문 의원은 리얼미터가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 2.0%p. 이하 동일)에서 17.6%의 선호도를 기록, 전주 1위였던 박 시장을 제치고 야권 1위로 올라섰다.
문 의원은 지난달 마지막 주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뒤 2주 연속으로 박 시장에 밀려 2위에 머물렀었다. 특히 여야 통합 조사에서 한 차례도 박 시장을 앞서지 못하다가 이주 처음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문 의원은 지난달 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이번 재보선에서 전국을 누비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윤준호(부산 기장·해운대갑), 조한기(충남 서산·태안) 새정치연합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후원회장과 노회찬 정의당 동작을 보궐선거 후보의 선대위 고문 등 공식 직함만 세개다.
또 문 의원은 서갑원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 후보와 김두관 경기 김포 보궐선거 후보 등 새정치연합 후보들의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본인의 지지층 외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야권연대 성사 후 당 지도부가 외면하고 있는 동작을 지역도 챙기면서 당 외적으로도 통합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는 본인의 적극적인 행보를 통한 이미지 개선, 무원칙 전략공천으로 당 지도부의 신뢰가 하락한 데 따른 반사이익이 더해져 문 의원의 선호도가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문 의원은 당의 선거 승패와 상관없이 본인의 지지도가 상승하는 이번 재보선 최대의 수혜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기동민 전략공천되자 박원순 2위로 내려앉아
반면, 지방선거 이후 여야 통합 순위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던 박 시장은 이주 야권·통합 순위 모두에서 2위로 내려앉았다. 문 의원과 격차는 0.3%p로 오차범위 안쪽이나, 박 시장이 4.0%p 앞섰던 2주 전과 비교하면 변화 폭이 4.3%p나 된다. 2주 동안 문 의원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박 시장은 하락세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박 시장의 선호도가 하락한 시점은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대한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 전략공천이 결정된 시기와 겹친다. 기 전 부시장은 박 시장의 기반 세력인 GT(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계의 핵심 멤버로, 지방선거 직전까지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활동했던 박 시장의 최측근이다.
당초 기 전 부시장은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당 지도부가 이 지역에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공천하면서 기 부시장의 선거구는 동작을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기 전 부시장의 20년지기 친구인 허동준 동작을 지역위원장의 선거 출마가 무산됐고, 허 위원장을 지지하던 이 지역 당원 수백명이 집단 탈당을 시도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무리한 전략공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자연스럽게 기 전 부시장을 선거에 내세운 박 시장도 타격을 입었다.
다만 기 전 부시장이 노회찬 후보에게 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했던 모습이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비춰졌을 경우, 장기적으로는 박 시장의 이미지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 전 부시장의 사퇴는 여론조사 기간(21~25일) 말미인 24일에 이뤄져, 이로 인한 효과가 여론조사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안철수, 전략공천 무리수 2연타에 대권가도 ‘먹구름’
문 의원, 박 시장과 더불어 야권의 강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안 대표는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5월 초까지 야권 내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지키던 안 대표는 5월 준순부터 순위가 하락해 야권 내에서는 3위, 통합 순위에서는 4~5위에 머물고 있다.
안 대표의 선호도가 하락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지방선거, 재보선 과정에서 무리한 전략공천이 지적된다. 안 대표는 지방선거 때 다른 후보들의 경선 요청을 묵살하고 자신의 측근인 윤장현 현 광주시장을 전략공천했으며, 이번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는 김한길 공동대표와 함께 대규모 ‘공천참사’를 초래했다.
실제 안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재보선이 열리는 15개 선거구 중 14개 선거구에 후보를 추천, 이 가운데 광산을, 동작을, 경기 수원을(권선)·병(팔달)·정(영통) 등 5개 지역을 전략지역으로 지정했다.
현재로써는 안 대표의 대권가도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장 재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지도부 책임론이 불가피하고, 이 경우 조기에 당권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또 선거에서 가까스로 승리한다고 해도 내년 3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 지도부 재집권이 불투명하다.
결국 이번 재보선이 안 대표의 향후 정치인생을 결정짓는 전환점이 될 공산이 크다.
아울러 수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손학규 후보와 김부겸 전 의원은 각각 8%, 6% 내외의 꾸준한 선호도를 유지하고 있다. 김포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두관 후보도 야권의 잠룡으로 평가받는다. 손 후보와 김 후보의 경우, 이번 재보선 승패에 따라 향후 당내 입지와 대권 도전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된다. 현재 안 지사는 다음달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할 예정인 충남 당진 솔뫼성지 정비에 온 행정력을 쏟아붇는 등 벌써부터 종교계 기반 다지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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