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치른 첫 A매치에서 신임감독 선임이 늦어지며 코치대행 체제로 치르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29위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3-1 역전승을 거두며 2014년 홈 A매치 첫 승을 신고한데 이어 랭킹 6위의 강호 우루과이에도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내용상 전혀 밀리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대표팀이 다시 박수 받을 만한 자격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브라질월드컵과 홍명보호의 1년은 '의리축구' 논란 속에 한국축구가 팬들과 서로 등을 돌린 시간이었다.
하지만 9월 A매치는 한국축구의 시행착오와 현재를 돌아보게 했다. 핵심은 역시 '기본'과 '원칙'으로의 귀환이었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낙마했던 이동국, 차두리, 이명주 등이 대표팀에 복귀했고 이들은 2연전 내내 중용되며 손흥민, 기성용 등 유럽파 주축들과 호흡을 맞춰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박주영, 정성룡, 윤석영, 구자철 등 월드컵에서 부진했던 주축 선수들이 대거 제외됐음에도 이들의 공백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차이는 '경기력'에서 갈렸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기량을 유지한 선수들이 대표팀에서도 실력을 발휘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이런 기본을 무시했다가 과정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이동국, 차두리, 이명주는 모두 소속팀에서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경험과 노련미를 갖춘 30대 베테랑 선수들의 가세는 월드컵 때 지적되었던 '리더 부재'에 대한 우려를 단숨에 지웠다.
월드컵 멤버 중에도 변함없이 견고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는 기성용, 손흥민, 이청용 등도 유럽파라는 이름값보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주전으로 출전하며 경기력을 유지한 선수들이었다.
짧은 2경기였지만 신태용 대행체제에서 한국축구는 아시안컵을 대비한 다양한 선수 점검과 전술 실험을 병행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신태용 코치는 기존 대표팀에서는 생소하던 4-1-2-3과 3-4-3을 넘나드는 과감한 전술변화를 시도하며 나름의 성과를 입증했다.
슈틸리케 신임 감독에게도 대표팀 주축 선수들의 장단점과 개성을 파악하기에 더할 나위없는 교과서가 됐을 경기였다.
브라질월드컵에서 팬들의 실망은 단지 경기에 이기지 못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때로는 명예로운 패배가 부끄러운 승리보다도 더 값질 때가 있다.
홍명보호의 잘못된 유산을 지워낸 대표팀은 열정과 초심을 회복했다. 비록 패했어도 대표팀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팬들이 진정 대표팀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경기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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