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한국 농구, 결과에 현혹되면 안 된다
좋은 결과에 합리화..과거로 리셋 반복?
기본적인 시스템 개혁 없이 미래 없어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농구 대표팀이 대망의 아시안게임 정상을 향해 단 2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일본과 준결승에서 맞붙는 한국은 이란-카자흐스탄전 승자와 결승에서 격돌한다. 홈에서 12년만의 아시안게임 제패를 위한 절호의 기회다.
유재학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았던 2013년 필리핀 아시아선수권부터 포함하면 무려 1년 반에 걸친 대장정이다. 대표팀은 아시아선수권에서 3위를 차지하며 16년 만에 농구월드컵 출전권을 따내는 기쁨도 누렸고, 정작 월드컵에서는 5전 전패로 세계무대의 벽을 절감하는 아픔도 겪어봤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대회 성적보다 대표팀이 지난 2년 가까이 하나의 일관된 틀을 가지고 다져온 경험과 연속성이다.
대표팀은 유재학 감독을 중심으로 주축 선수들이 여러 차례 국제대회와 평가전을 거치며 세계 농구와 맞서 경쟁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왔다. 김종규, 이종현 등 젊은 선수들이 국내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의 농구를 체험하며 성장했고, 압박수비-변형 드롭존 등 한국형 농구를 찾아내기 위한 전술적 실험이 이루어졌다.
비록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 농구 대표팀은 한국 농구의 현실을 체감했고 세계농구의 흐름과 구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도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걱정되는 것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그동안 대표팀이 쌓아온 모든 과정과 노하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다. 아시안게임 성적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농구계가 적당히 합리화를 거쳐 예전으로 리셋되는 것은 한국농구의 오래된 나쁜 전통이기도 하다.
유재학 감독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더 이상 대표팀 감독직을 맡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불혹에 오른 문태종이나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김주성 같은 노장들은 이제 대표팀 은퇴가 멀지 않았다.
이번 대회가 끝나고 선수들이 다시 소속팀으로 돌아가면 다시 KBL식 농구에 적응하며 대표팀에서 수개월간 배우고 익혀왔던 것들을 망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면 다시 내년 국제대회를 앞두고 새로운 감독 밑에서 한국 농구가 원점에서부터 똑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한국농구에 전임감독제나 대표팀 상설화 같은 기본적인 시스템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 경쟁국들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아시아 최강인 이란은 말할 것도 없고, 일찌감치 세대교체를 선언한 중국이나 귀화선수를 내세운 필리핀 등은 이번 대회의 성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해도 지금 같은 시스템 하에서는 1~2년 뒤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아시안게임 성적이 어떻게 나오든 결과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지금 성적이 나빠도 실망할 필요도 없고, 행운이 겹쳐 우승을 차지한다고 자만할 상황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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