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권기록보존소 법무부 산하? "집권당 바뀌면..."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부설 기록보존소장 "정부기관내 편제 반대"
"독립성 안전성 보장 안돼" 북한단체들 "일단 구체화된 것은 환영"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여야가 개별 발의한 북한인권법을 일괄 상정하기로 한 가운데 핵심 쟁점 사안인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정부 산하 편제와 관련, 정권 교체로 인한 대북 노선 변화에 따라 보존소의 독립성·안정성이 보장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은 24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기관을 정부 아래에 두는 것 자체에 대해 합리적이지 않다고 본다”며 새누리당 통합 북한인권법안에 포함된 북한인권기록소 정부기관 내 편제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지난 21일 새누리당 소속 의원 34명은 앞서 5명의 의원이(심윤조·윤상현·이인제·조명철·황진하) 개별 발의한 북한인권법안을 통합해 김영우 의원의 대표 발의로 국회에 제출했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통합안에는 통일부 아래에 ‘북한인권자문위원회’를 두고 북한인권관련 정책에 대한 자문을 의뢰하도록 하는 것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내외 활동과 관련 연구 및 정책 개발을 수행하는 ‘북한인권재단’ 설립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번 새누리당의 통합안에는 법무부 산하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해 북한인권 침해 사례를 체계적으로 수집·신고·접수·기록·보존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 의원은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는 북한 지역 어린이와 노약자들의 인권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제도적 장치와 방안을 구축함으로써 북한의 인권 상황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소장은 북한인권 개선의 핵심인 보존소를 정부 산하에 두게 되면 집권 정부에 따라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커 독립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보존소의 폐지를 요구하면 과연 우리 정부가 기관을 계속해서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남북관계의 갈등 요인이기 때문에 이것이 정부산하에 있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민간을 통해 운영하는 현재와 같은 방식이 오히려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남북갈등에 영향을 주지 않고,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객관적인 연구가 가능하다는 게 윤 소장의 설명이다.
정권에 따라 대북정책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 산하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두게 된다면 존립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소장은 “정부가 하면 정확하고 정부가 아니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지금까지 야당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정부기관 편제를 반대해왔는데 만약 야당이 집권하게 된다면 기능이 잘 유지될 수 있겠나”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와 관련, 북한인권단체들은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 통합안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남궁민 NK워치 사무국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존 법안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둔다’는 내용 외에 특별한 규정이 없어 법안을 통해 구체화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사무국장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침해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 북한 정권으로 하여금 더 이상의 인권유린을 금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민간에 있던 것을 흡수하든 정부차원에서 두든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반드시 준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용상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사무국장 역시 “그동안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어느 기관에 둬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가 많았다”며 “이번 새누리당 북한인권법 통합안에 법무부 산하라고 규정한 것은 정부 주도로 북한 인권 개선의 실질적 효과를 볼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인권법 통과는 그 자체가 큰 상징성과 의미가 있다”며 “기록보존소와 북한인권재단 설립이 갖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일단 북한인권법을 통과하고 그 세부항목에 대해서는 여야가 충분히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편, 지난 21일 유기준 외통위원장이 간담회에서 “대북전단 살포 단체에 대한 지원 규정은 얼마든지 다시 고민해볼 수 있다”며 정부차원의 지원은 줄이고 민간을 통한 지원은 허용하는 방안을 여야 협의 사항으로 고려 중이라는 뜻을 내비친 것과 관련, 북한인권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대북전단 행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과거에도 지금도 전무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감축하겠다’는 유 위원장의 발언 자체에 어패가 있다는 지적이다.
남 사무국장은 “정부 지원을 받은 북한인권 단체가 대북 전단을 날리는 활동이나 사업에 대해 지원을 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며 “북한인권단체를 대북전단단체로 이미지화해서 지원을 줄이려고 하는 행동은 정말 악랄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최 사무국장은 “대북전단을 날리는 목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단체는 과거에도 현재도 없다”며 “대북 전단을 날리는 것 또한 북한 인권 개선 활동 가운데 하나인데, 특정 활동을 추구하는 단체를 지목해 법안에 삽입해 지원을 못하게끔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최 사무국장은 “특히 북한인권단체를 대북전단단체로 규정해 활동비나 지원 항목을 삭제하려는 움직임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대북전단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을 줄이는 내용이 포함된다면 북한인권법안의 기본 목적과 정신이 흐려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북한인권법이 만들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북한 정권이 거짓과 위선으로 북한 주민들을 속이고 있는데 이것을 깨는 것이 북 주민들의 인권에 가장 중요하다.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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