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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직 상관없다던 김광현, 기자회견 독 됐나


입력 2014.12.12 09:18 수정 2014.12.12 09:22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샌디에이고와 입장 차 뚜렷, 계약 합의 실패

기자회견서 "보직 상관없다" 선 긋고 말아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진출 기자회견서 "보직은 상관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 SK 와이번스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던 김광현(26)이 계약 무산으로 SK로 돌아온다.

SK는 12일 김광현과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의 계약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김광현은 지난달 포스팅 비용 200만 달러에 단독 교섭권을 얻은 샌디에이고와 협상을 벌여왔다.

다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김광현은 그동안 샌디에이고와의 협상에서 줄곧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일 샌디에이고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에는 자신의 등번호 29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받는가 하면 가족들의 선물까지 받는 등 환대를 받기도 했다.

게다가 버드 블랙 감독은 협상 마감 직전, 김광현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였다. 대개 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이 해당 선수에 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김광현의 입단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계약 무산의 구체적인 이유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협상 테이블을 접은 프렐러 단장은 ‘U-T 샌디에이고’와의 인터뷰서 “선수가 원하는 금액에 동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 무대에서 활약했던 C.J. 니코스키는 김광현의 무산 이유에 대해 “계약기간”이라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양 측이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확실한 점은 샌디에이고가 김광현에 대해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 자원으로 판단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블랙 감독도 “미국에서 재평가를 받아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불펜 투수로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프로야구도 마찬가지이지만 메이저리그 역시 선발과 불펜의 몸값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특히 불펜 자원들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뚜렷해 웬만한 특급 선수가 아니면 높은 연봉은 언감생심일 뿐이다.

그러면서 포스팅 직전 열었던 기자회견이 결국 독이 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SK는 지난 10월,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추진 공식 기자회견을 대대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김광현을 지원사격하기 위한 SK 구단 측의 통 큰 배려였다.

김광현은 이 자리에서 “나를 진정으로 원하는 팀에 가고 싶다. 보직은 선발이든 불펜이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이 말은 거짓말처럼 부메랑이 되어 김광현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당시에도 의도를 알 수 없는 기자회견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애당초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모든 구단들이 탐내는 ‘특급 아시아 투수’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부상 경력과 뚜렷한 장, 단점 등 그의 포스팅 액수는 많아야 1000만 달러 이하가 될 것이란 의견이 대다수였다.

결국 200만 달러라는 예상치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 전달됐고, 기자회견을 열었던 SK 구단과 김광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보직에 대한 부분은 계약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조율이 가능했는데 김광현은 미리부터 자신의 선을 긋고 말았다.

한편, 김광현은 “샌디에이고 구단과의 계약에 합의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포스팅 절차를 허락해준 SK구단과 끝까지 협상에 최선을 다해준 샌디에이고 구단, 그리고 에이전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다시 돌아온 SK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좀 더 준비해서 기회가 된다면 빅리그에 도전하겠다”며 입장을 밝혔다. 씁쓸한 귀환이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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