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가석방' 청와대, 불가 아닌 "법무부 장관 소관"
사면은 "들은 바 없다" 선긋기…가석방 실현 가능성 주목
구속수감 중인 기업인 사면과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가 정치적 부담이 높은 사면보다 법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석방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일방적인 사면 결정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높지만 가석방은 법적 근거가 있고 법무부 장관 권한이라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당정이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구속수감 중인 기업인 가석방과 관련해 “가석방은 법무부장관 소관”이라며 사실상 가석방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울러 사면을 놓고 청와대내에서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들은바 없다는게 제 입장”이라고 답했다.
민 대변인의 이 같은 언급은 기업인 가석방에 대해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라 제지할 방법은 없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몇 달 전 최경환 부총리가 요구한 사면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부담스럽다는 입장과는 달리 이번 가석방 논란과 관련해서는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일어나면서 대통령의 직접적인 사면권 행사는 정치적으로 더 부담스럽게 됐다는 점도 정부가 가석방으로 분위기를 돌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가석방은 형법 72조 1항에 명시돼 있는 사항으로 무기에 있어서는 20년, 유기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에 행정처분에 의하여 미리 석방하는 제도라고 설명돼 있다. 지난 대선과 취임 후 횡령·배임 등 경제 범죄를 저지른 기업인에 대해 무관용 태도를 보여온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사면보다는 가석방이 덜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현재 김무성 한나라당 대표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목소리로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인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여기에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조차 당의 의견과는 달리 25일 “기업인을 우대하는 것은 나쁘지만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안 된다”며 가석방 의견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전히 기업인 사면은 물론 가석방에도 부정적이다.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경제 살리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은 경제민주화를 실천하는 일이며 기업과 나라 경제 어렵게 만드는 비리기업인에 대해서는 더 엄격히 죄를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구속수감 중인 기업인 가운데 법정 형기의 3분의 1을 채워 가석방 요건을 충족한 기업인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구본상 전 LIG 넥스원 부회장 등이다.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중병을 치료하면서 내년까지 재판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황교안 법무장관이 지난 24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가석방은 매달 실시한다. 600~700명씩 가석방을 시행하고 있다. 원칙대로 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어 기업인 가석방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내년 초 기업인 가석방이 실제 이뤄지면 설이나 3·1절쯤 일정 형기를 채운 일부 기업인들에 대한 가석방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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