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질문엔 응답 OK, 복잡해지면 갈라지는 3사 챗봇
"요금제 추천 해주세요."
"고객님의 상황에 맞는 요금제를 찾고 있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통신사들이 고객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겠다며 24시간 챗봇 상담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보다 빠르고 정확한 응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상에서 체감되는 챗봇의 실효성은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통신 3사의 챗봇을 대상으로 기본 정보 문의, 서비스·상품 안내, 매장 위치 등 공통 질문을 던져 상담 품질 비교해봤다. 질문은 요금제 안내·신규 가입 절차 등 공식 홈페이지 FAQ에 자주 등장하는 표준 질문을 참고해 구성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비가입자도 모바일 챗봇 이용이 가능했지만, SKT는 무선 회선을 보유한 가입자만 접근할 수 있어, 기자는 가입자 자격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난이도 ★…eSIM 셀프개통 알려줘
첫번째로 '이심 셀프개통'이라는 단어를 입력했다. 'eSIM'과 '셀프개통'은 구체적이고 자주 쓰이는 키워드인데다, 통신사 홈페이지에서도 별도로 안내하고 있어 챗봇이 단순한 문서 검색 기능만 갖추고 있어도 충분히 답변 가능한 질문이다.
실제로 SKT 챗봇은 '실물 USIM 없이도 eSIM을 이용해 바로 개통하거나, 전화번호는 그대로 유지하고 기존 USIM/eSIM을 새로운 eSIM으로 교체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후 'eSIM(이심) 개통/교체 바로가기' '전화 상담 신청하기' 선택지가 나란히 화면에 자동 표출됐고, 원하는 항목을 선택하면 새로운 화면으로 연결됐다.
KT 챗봇은 같은 질문에 더 구체적인 정보를 안내했다. KT닷컴 내 Shop(셀프개통), 플라자, 대리점에서 가입(개통)이 가능하며, 셀프 개통 시 IMEI1/2와 EID 정보 등록이 필수라고 알렸다. eSIM 발급 시 275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도 명확히 안내했다.
또한 단말기 종류에 따라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각각의 발급 방법을 구분해 설명했으며, 하단에는 셀프 개통 영상도 함께 제공해 접근성을 높였다.
LG유플러스 챗봇은 eSIM의 개념과 지원 단말기 종류를 먼저 안내했다. 또한 듀얼심은 2개의 번호가 같은 명의여야 이용이 가능하며, eSIM으로 단순 교체를 원하는 경우 유플러스 매장 방문을 통해 가능하다고 알렸다.
하단에 제시된 'eSIM 가입하기'를 누르자 비대면 eSIM 온라인 개통 화면으로 전환됐다.
개념 이해를 토대로 하나의 화면에 상세한 절차를 안내했다는 점에서 KT 챗봇이 상대적으로 우수했다.
난이도 ★★…자급제폰은 어떻게 가입하나
두 번째로 '자급제폰 가입 방법'을 물었다. 자급제폰은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 쇼핑몰이나 전자제품 매장 등에서 직접 구매하는 '공기계' 형태의 스마트폰을 말한다.
유심 구매, 요금제 선택, 본인 인증 등 단계적 절차 설명을 요구하기 때문에 챗봇이 자급제 개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상황별 흐름을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SKT 챗봇은 '단말기 자급제도는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아닌 다른 매장에서 휴대폰 공기계를 구입한 후 SK텔레콤에서 개통해 사용할 수 있는 제도'라고 개념을 먼저 설명했다.
이어 '휴대폰 신규가입은 명의자가 본인 신분증을 지참한 후 영업장으로 방문해 처리할 수 있으며 중고 단말기로 신규 가입을 하는 경우 지점/대리점 방문 또는 T다이렉트 샵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SK텔레콤 통신 규격과 주파수가 같고, 통신사 잠금이 해제된 휴대폰(언락폰)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 챗봇 역시 '자급제폰' 개념을 설명하면서 '가지고 있는 핸드폰으로 기기 변경' '핸드폰 구매 또는 신규 개통' '너겟 요금제' 등의 선택지를 제공했다. 너겟 요금제는 단말기 없이 유심만 단독으로 가입할 수 있는 요금제다.
KT 챗봇은 상황에 따라 절차를 구분해 설명했다. 유심이 없는 자급제폰이나 중고폰이라면 신규 유심 개통을, 이미 유심을 구매한 경우라면 셀프 개통을 안내했다. 하단에는 '가입신청' '상담사 전화 연결' '데이터쉐어링 가입' 선택지가 화면에 자동 표출됐다.
데이터쉐어링은 한 명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요금제의 데이터를 태블릿, 노트북, 스마트워치 등 다른 기기에서도 함께 쓸 수 있게 하는 부가서비스다.
전반적으로 3사 챗봇 모두 질문에 대한 응답에 충실했으나 KT와 LG유플러스는 표출된 선택지가 다소 우회적이고 직관성이 떨어졌다. SKT는 설명만 있을 뿐 별도의 선택지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난이도 ★★★…유심 보호서비스에 가입하면 유심 바꿀 때 어떻게하나
세 번째로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한 상태에서 기존 유심을 교체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물었다.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서비스 가입 여부, 현재 상태, 원하는 변경 방식에 따라 챗봇이 여러 갈래로 나눠 안내해야 하기 때문에 응답 품질에서 통신사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SKT 챗봇은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은 유심 교체를 필수적으로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하면서 '추가 안전장치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유심 교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이어 유심을 교체하면 티머니, 공동인증서 등 유심에 저장된 정보를 재설치하거나 재발급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반면 KT 챗봇은 해당 질문에 유심보호서비스 개념과 가입 방법만 안내하며 하단에 가입 링크를 추가로 띄우는 데 그쳤다. LG유플러스도 챗봇도 유사한 수준의 응답을 보였다. 하단에 '유심 인식 불가' '번호도용문자차단서비스 가입' 등 추가 관련 항목들을 선택지로 제공한 점은 달랐다.
3사 중 SKT 챗봇만 서비스 개념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필수 교체 여부, 추가 안전 조치, 유의사항 등 다층적 정보를 제공했다. 챗봇이 정책을 이해하고 실제 이용 흐름까지 안내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상대적으로 KT와 LG유플러스는 질문 의도를 좁게 이해하고 서비스 개념 및 가입 방법 수준에서 머물렀다.
전체 평가를 종합하면 통신사 챗봇은 단순 정보 제공은 대체적으로 잘 수행했지만, 조건에 따라 나뉘는 질문이나 정책 이해가 복합적으로 필요한 항목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는 자연어 처리 기술의 미성숙, 제한된 시스템 구조, 실시간 정보 검증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따라서 실제 사용자의 맥락을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까지 안내할 능력을 갖추는 게 챗봇 고도화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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