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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에는 억울하다며 국내언론 통제, 통진당의 사대주의


입력 2015.01.06 10:41 수정 2015.01.06 10:57        문대현 기자

<기자수첩>떳떳하다면 왜 입맛대로 고르나

틀린게 아니라 다른 것을 인정하는게 진짜 진보

구 통합진보당이 외신기자회견장에 일부 매체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취지의 글을 문에 붙여뒀다. ⓒ데일리안 문대현 기자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해산 판결로 해체된 구 통합진보당이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외신기자들을 불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이들이 일부 국내 언론의 취재를 제한하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

구 통합진보당의 해산 결정과 함께 의원직을 상실한 김미희, 이상규, 오병윤, 김재연 전 의원은 5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 간담회를 갖고 의원직 박탈을 결정한 헌재의 판단을 부정했다.

이날 오후 프레스센터 주변은 간담회 철회를 요구하는 보수단체들의 시위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그로 인해 경찰 병력이 100여명 이상 동원되며 입구에서부터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다. 회견장이 위치한 층의 엘리베이터에는 사복 경찰이 배치돼 오가는 사람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매체 기자들과 실랑이가 발생하기도 했다.

간담회를 취재하기 위해 모인 다수의 기자들은 원활한 취재가 이뤄지지 못해 다소 불편을 겪었지만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문제는 구 통합진보당 측의 언론 대응이었다.

외신 기자간담회가 진행될 예정인 간담회장 출입구 옆에는 구 통합진보당의 관계자가 일부 매체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적힌 A4용지 한 장과 함께 버티고 서 있었다. 이 관계자들은 취재 나온 기자들의 매체를 일일이 확인한 뒤 일부 매체 기자들에게는 ‘출입불가’를 선언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구 통합진보당 관계자의 ‘출입불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과 만나 “종편 채널과 ‘조선·중앙·동아’, ‘데일리안’, ‘문화일보’는 평소 취재 협조가 안 돼 있어 보도자료도 안 보내는 것을 아시지 않느냐”라는 주장이었다.

사전에 취재 신청을 받은 행사도 아니었지만 취재를 거부하는 관계자의 태도에 일부 기자들은 결국 간담회장에 들어갈 수 없었고, 로비에서 기자회견이 끝나기만을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자는 “‘JTBC’는 출입했는데 ‘중앙일보’는 왜 안된다는거지”라며 쓴웃음이 섞인 푸념을 늘어놓았다.

구 통진당의 전 의원들은 이날 외신기자들을 모아놓고 헌재가 해산 판결을 결정한 것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민주주의 부정으로 회귀하고 있는 중”,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관점과 사회가 공존하는 것인데 헌재의 재판관 인식수준이 민주주의적이 아니라 파시즘적, 전체주의적 인식을 그래도 드러난 대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에 대해서는 취재 자체를 거부하며 ‘민주주의’를 외치는 이중성을 보였다. 더군다나 행사는 일방적인 시위·집회가 아닌 언론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이었다. 외신 언론이면 무조건 다 공정한 것이고 국내 언론은 평소 논조에 따라 공정성이 가려지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 통진당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쓴소리를 하는 일부 매체가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들이 진정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부당하고 억울하다고 느껴진다면 더욱더 언론 앞에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 자신들의 입장을 예쁘게 포장해줄 수 있는 언론만 원하는 것 자체가 ‘나는 떳떳하지 못하다’고 시인하는 것 아닌가.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한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의미와 가치가 있다. 서로 다른 것이다. 다르면 취재도 거부하나!”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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