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만 타는 청춘을 위한 '오늘의 연애'

'너는 내운명'·'내사랑 내곁에' 박진표 감독작

문채원·이승기 주연 상큼발랄 로맨틱 코미디

배우 이승기·문채원 주연의 '오늘의 연애'가 오는 14일 개봉한다. ⓒ CJ엔터테인먼트

준수(이승기)와 현우(문채원)는 18년 지기 죽마고우다. 가족과도 같은 두 사람은 서로를 꿰뚫어보는 편한 사이. 연애가 부담스러운 이 시대의 청춘남녀처럼 두 사람에게도 연애는 평생 숙제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만 사랑에 대한 각기 다른 상처와 아픔을 갖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인 준수는 호감형 외모와 착한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100일도 못 가 매번 차이는 '연애 불구자'다. 여자친구가 원하는 대로 잘 해주지만, 갑작스레 이별 통보를 받는다.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준수는 "여자는 진짜 어렵다"고 토로한다.

'날씨의 여신'이라 불리는 인기 기상 캐스터 현우는 화끈한 성격답게 연애도 똑 부러지게 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직장 내에서 '금기된 사랑'에 빠진 것.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흔들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럴수록 외로움과 허탈감은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그런 현우를 바라보는 준수의 마음은 편치 않다. 짧은 연애를 해왔지만 그의 마음은 온통 현우에게 쏠려 있다. 무려 18년 동안이나 말이다. 언제나 뒤에서 현우를 지켜봐 주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현우 곁에 있어준다.

그러나 현우는 "떨리지 않는다"며 준수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 한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 사이엔 묘한 감정이 싹튼다. 이거 그냥 '썸'일까 아니면 진짜 '사랑'일까.

이승기·문채원 주연의 '오늘의 연애'는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다. '썸' 타느라 사랑이 어려워진 이 시대 청춘 남녀들의 연애를 그려냈다.

남녀가 애정을 확인하기까지 밀고 당기는 이른바 '썸'을 다뤘다는 점에서 젊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술 먹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화한 후 이튿날 "내가 왜 그랬지?"라며 후회하는 모습, '카톡' 메시지로 투정부리는 장면, "이번에도 실패했다"며 이별의 아픔을 술로 달래는 장면 등은 연애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만하다.

배우 이승기·문채원 주연의 '오늘의 연애'가 오는 14일 개봉한다. ⓒ CJ엔터테인먼트

경리단길, 이태원, 가로수길 등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등장하는 것도 영화를 보는 쏠쏠한 재미다. 홍대 벽화거리, 마포대교 전망대 등은 거리의 생동감과 연인들의 풋풋함을 고스란히 담아내 관객들이 아련한 연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극 중 준수와 현우처럼 동갑내기 배우 이승기와 문채원은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이승기는 원칙주의자 순수남 준수 역을 맡았다. 준수는 술주정을 부려도 보듬어주고, 여자친구의 집을 청소하고 밥까지 해주는 '세상 하나뿐인 착한 남자'다. 특히 18년 동안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애보는 여성 관객들의 판타지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승기의 선하고 바른 이미지가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문채원은 푼수기 다분한 현우를 기대 이상의 연기력으로 표현했다. 현우는 화장기 없어도 예쁘고, 거기다가 몸매까지 좋다. 토할 때까지 술을 마시지만 그것 또한 마냥 귀엽고, 입에 착착 감기는 욕설마저 사랑스럽다. 엉뚱·발랄하고 '참 예쁜' 문채원의 매력이 극대화됐다.

설레면서 시작한 연애가 항상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요즘엔 더욱 그렇다. 취업난과 직장·인간관계 등 연애 말고 신경 쓸 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해야 한다고 영화는 말한다. '사랑의 행위' 자체가 내 존재의 이유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내숭·가식 따위 필요 없이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과 사랑하라"는 게 영화의 메시지다.

아쉬운 면도 있다. 장르 특성상 결말이 뻔히 보이고,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이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상영시간 2시간은 로맨틱 장르치곤 다소 길다.

'너는 내운명'(2005)과 '내사랑 내곁에'(2009)를 만든 박진표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박 감독은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삶의 에너지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진짜 사랑과 연애의 의미를 담아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1월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