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로 병상에 누웠던 부산 KT 전창진 감독(52)이 호전돼 팀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창진 감독은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로 입원해 5일 부산사직체육관서 열린 '2014-15 KCC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전에 결장했다. 김승기 코치가 일일 감독 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전창진 감독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91-92 석패했다.
사령탑이 시즌 중 건강 이상으로 자리를 비운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팀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치열한 순위경쟁을 펼치고 있는 시점이라 피로가 더 심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창진 감독은 거구에 호탕한 겉모습과 달리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올 시즌 들어 전창진 감독은 스트레스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 시즌 4강에 진출했던 KT는 올 시즌 현재 20승23패로 7위에 머물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경합했던 전자랜드가 6위로 치열한 막차 티켓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KT는 시즌 초반 전창진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8연패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최근 들어 분위기를 추스르기는 했지만 전창진 감독은 올 시즌 중위권에서 어려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팀 성적에 자책하는 모습이었다.
전창진 감독이 야심차게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선수들이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고 신인드래프트와 트레이드에서의 성과도 지지부진한 편이다.
전창진 감독은 2009년부터 KT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당시 리그 우승권의 동부를 떠나 직전 꼴찌 팀이던 KT를 맡는 것에 대해 농구계에서도 의아하다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전창진 감독은 익숙한 동부를 떠나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던 시점이었고, 한편으로 강팀 동부 덕에 우승했다는 선입견을 넘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은 야심도 있었다.
전창진 감독 부임 직후 KT는 환골탈태했다. 첫 2시즌 연속 40승을 거두며 프로농구판에 일대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역시 전창진'이라는 찬사와 함께 프로농구 최고의 명장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번번이 플레이오프에서 4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모션 오펜스와 변칙수비를 앞세워 정규시즌에는 좋은 성과를 올렸지만, 단기전에서는 높이의 열세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전창진 감독은 KT에서 5시즌 동안 한 번(2012-13시즌)을 빼면 팀을 모두 4강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첫 두 시즌 이후로는 정작 팀 전력은 점점 우승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근에는 서서히 전창진 감독에 대한 상반된 평가도 나오고 있다. 주어진 전력을 바탕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끌어내는 역량은 더할 나위 없지만, 선수 육성이나 트레이드, 드래프트 등에서 팀 전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것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들었다.
전창진 감독 부임 전까지 '포워드 왕국'으로 통했던 KT는 이제 3번 라인이 가장 허약한 팀이 됐다. 이재도와 김승원이 올 시즌 자리 잡기 전까지만 해도 라인업의 지나친 고령화와 함께 젊은 선수를 키우지 못한다는 우려가 따라다녔다. 냉정히 말해 올 시즌 현재 KT의 전력 구성은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2012년 KT와 다시 3년 재계약을 맺었던 전창진 감독은 올해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하지만 KT에서는 재계약 후 첫해 9위-이듬해 4강에 이어 올 시즌 다시 7위에 그치고 있다. 전창진 감독으로서는 결코 만족스러울 수 없는 성적표다.
이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몇몇 구단에선 올 시즌을 앞두고 이미 전창진 감독 영입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또 올 시즌에도 기대 이하의 성적이 이어지자 벌써부터 향후 거취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팀 성적과 안팎의 소문으로 심신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전창진 감독의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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