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통화 중 나체 몰래 녹화했는데 무죄?…"시대 뒤처진 규정, 입법 공백 메워야" [디케의 눈물 344]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5.07.05 03:05  수정 2025.07.05 03:05

피고인, 연인 관계 피해자와 영상통화 중 상대방 나체 몰래 녹화…성폭력처벌법 무죄

법조계 "휴대전화로 수신된 신체 이미지 녹화, 사람 신체 직접 촬영했다고 보기 어려워"

"촬영 이후 반포했다면 처벌되지만 단순 소지는 처벌 안 돼…신종 범죄 처벌 규정 없어"

"죄형법정주의 따라 법 규정 엄격히 해석했지만…국민 법상식 어긋나, 규정 신설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영상통화 중인 상대방의 나체 모습을 몰래 녹화해 저장한 행위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현행 법상 영상통화 과정에서 녹화 기능을 이용하여 피해자 몰래 촬영한 뒤 단순히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면서 기술 발달에 따른 신종 범죄를 처벌할 규정이 없는 상황인 만큼 처벌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규정을 조속히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9월 연인 관계에 있던 피해자와 영상통화 중 피해자가 샤워하고 옷을 입는 모습을 휴대전화의 화면녹화 기능으로 몰래 녹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 2심에 이어 대법원도 A씨의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성폭력처벌법은 카메라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를 처벌하도록 한다. 피해자가 스스로 자기 신체를 촬영해 피고인 휴대전화에 나타난 영상통화 화면을 저장한 행위를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단, 성폭력처벌법상 불법 촬영물 '반포'의 경우 피해자가 스스로 자기 신체를 촬영한 영상의 경우도 처벌한다.


이에 검사는 2심에서 촬영 또는 반포한 영상을 '소지'한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으나 법원은 마찬가지로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자기 신체를 스스로 촬영한 영상은 '반포'가 전제돼야 처벌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피해자 스스로 촬영한 영상을 반포 행위 없이 소지한 경우 촬영물을 '소지'한 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피해자와 영상통화 중에 녹화 기능을 이용하여 녹화·저장한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가 아니라 휴대전화에 수신된 신체 이미지 영상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4조 제4항은 불법인 성적 촬영물 등에 대한 접근이나 수요를 규제하기 위하여 그 촬영물 등의 촬영 또는 반포 등 행위 이후의 소지 등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따라서 촬영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은 별도로 소지죄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영상통화 과정에서 녹화 기능을 이용하여 피해자 몰래 촬영한 뒤 단순히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현재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술 발달에 따른 신종 범죄를 처벌할 규정이 없는 상황이므로 입법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고 있고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성적인 영상통화가 횡행하므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조속히 신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현행 법률상 피고인이 피해자가 샤워하고 있는 모습을 현장에서 촬영했다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4조제1항(카찰죄)가 인정됐을 것이나, 영상 통화나 다른 수단을 통해서 촬영된 영상이 변환된 내용을 녹화 및 저장했다면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대법원에서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법규정을 엄격히 해석한 것이므로 법리적으로 타당한 판결로 보이지만 일반 국민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법 상식과 안 맞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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