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는 11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15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 52-78로 완패했다. 지난 9일 허재 감독이 자진사퇴하는 충격 요법이 있었지만 6연패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추승균 감독대행 체제로 치른 첫 경기였다. 일각에서는 허재 감독의 사퇴가 선수단에게 자극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왔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물론 연패를 끊고자 하는 의지는 보였지만 의욕만큼 경기력은 따라주지 못했다. 수비는 엉성했고 집중력은 떨어졌다. 지휘 경험이 일천한 감독대행이 지키는 벤치 역시 속수무책으로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설상가상 주전 가드인 김태술이 또 부상으로 빠지는 악재까지 겹쳤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 시점에서 허재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가 팀 분위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가뜩이나 연패 중이고 좋지 않은 경기력이 감독 하나 물러난다고 갑자기 크게 달라질 리가 만무하다. 오히려 그만큼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심리적인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허재 감독은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물러난다는 입장이었다. 취지야 그럴듯하지만, 책임을 지는 것도 적절한 방식과 시기가 있다. KCC 구단이 당장 허재 감독에게 성적에 대한 책임을 요구한 것도, 팬들이 피켓을 들고 하차 시위를 벌인 것도 아니다. 어차피 스스로 자리에 연연할 생각이 없다면 시즌이 끝난 이후거나 최소한 연패라도 끊은 뒤에 결단해도 늦지 않았다.
허재 감독은 이미 사퇴를 발표하기 이전부터 코트위에서 선수들보다 더 의욕이 떨어진 듯한 모습을 여러 번 드러냈다. 안 풀리는 성적과 팀 사정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선수가 성적이 안 나온다며 경기에 더 이상 못 뛰겠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일각에서는 차기 감독으로 거론되는 추승균 감독대행에게 경험을 쌓아주기 위해서 조기 사퇴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올 시즌 처음 지휘봉을 잡고 꼴찌의 쓴 맛을 보고 있는 이상민 삼성 감독의 사례처럼, 준비할 기간이 주어졌다고 해도 쉽지 않은 게 감독의 역할이다.
팀 전력과 선수구성은 이미 허재 감독이 만들어놓은 상황에서 지휘 경력이 일천한 추승균 대행이 당장 뭔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허재 감독은 최악의 팀 분위기와 연패에 대한 부담만을 추승균 감독대행에게 떠넘긴 채 자신만 빠져나간 셈이다.
허재 감독의 자진사퇴로 인한 수혜자는 결국 허재 감독 본인뿐이다. 자진사퇴 발표 직후 오히려 동정론을 얻었다. 여전히 KCC 구단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상황에서 스스로 성적에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한 허재 감독의 선택이 “남자답다”고 칭찬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 부메랑은 남겨진 KCC 선수들에게 되돌아왔다. 선수들이 무능하니까 ‘농구대통령’도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이다.
그러나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성적부진과 리빌딩 실패로 지금까지 팀이 몰락한데 가장 큰 책임은 결국 허재 감독이 져야할 몫이었다. 김민구-하승진의 부상과 김태술의 부진이라는 악재가 있었다고 하지만, 좋게 평가해도 그저 주어진 선수층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하기는 어렵다.
허재 감독은 시즌을 한 라운드 남긴 상황에서 자진사퇴로 스스로는 조금 일찍 부담에서 자유로워졌을지 몰라도 선수들에게는 더 큰 상처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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