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나비효과…은행 비정규직 줄고 채용 문턱 높아지나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09.03 07:32  수정 2025.09.03 08:09

은행권 콜센터 업무 축소 등 선제적 대응

비정규직 10% 넘는데 고용 불안 심화

금융권 채용 시장 자체가 축소될 수도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은행권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간접고용 근로자의 교섭권을 대폭 확대한 이 법안이 은행들의 비정규직 채용 관련 리스크를 키울 수 있어서다.


법안 여파로 은행권 채용 문턱이 높아지고 금융 소비자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이 심의·의결됐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뒤 시행에 들어간다.


노란봉투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은행권의 비정규직 고용 지형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집계를 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올 1분기 말 기준 비정규직 직원은 총 8403명으로, 1년 전 대비 199명 늘었다. 같은 기간동안 정규직 직원이 1478명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 은행의 평균 비정규직 비율은 11.7%에 달한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은 비정규직 비율이 16.7%로 가장 높았고, 국민은행도 15.7%로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은 11.5%를 보였다.


반면 신한은행(7.9%)과 우리은행(6.6%)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은행들은 비정규직 증가가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전문 계약직 채용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동안 업계에서는 이러한 비정규직 증가가 비용 효율화를 위해 정규직을 줄이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과 외주 인력으로 채웠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고객 서비스의 최전선인 콜센터는 대부분 외주 인력으로 운영돼 은행의 가장 큰 잠재적 리스크 영역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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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은행권은 노란봉투법에 의해 법적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콜센터 업무를 재조정하고 나섰다.


신한은행은 연내에 외주 콜센터를 통한 대출 상환 업무 처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출 상환 등 은행 핵심 시스템과 직접 연동되는 업무를 분리함으로써, 은행이 콜센터 상담원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지배·통제한다는 주장의 근거를 최소화 하기위한 의도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 등 다른 주요 은행들도 법 시행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문제는 이러한 법적 방어 조치가 고객 서비스 질적 저하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고객들은 전화 대신 앱을 사용하거나 축소된 지점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신규 채용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은행권이 잠재적 법적 분쟁 가능성을 의식해 비정규직 채용 규모를 줄이고, 정규직 채용 문턱은 더욱 높이는 보수적인 인력 운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역설적으로 은행 비정규직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청의 책임이 강화되면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간접고용 자체를 줄이거나, 핵심 업무와 비핵심 업무를 엄격히 분리해 외주 인력의 업무 범위를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은행권에 단순한 노무 관리를 넘어 채용 시장 변화도 가져올 수 있다"며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기 인력 계획을 수립하고, 기존의 인력 파견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재 활용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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