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후 북한 의료체제 재정비 책임, 누구에게?
한선재단 세미나 "통일 후 북한 진출, 기업이 먼저"
남북이 통일된 이후, 북한의 의료체계를 재정비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북한으로 진출하는 기업들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 의료체계는 무상의료제도와 예방의학제도 등 이상적인 제도가 근간을 이루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구역별로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담당구역제도도 존재하지만 전문적인 보건의료 인력이 부족해 유명무실하다. 실제 북한주민들은 사비를 털어 의약품들을 구입해 충당하고 있다.
이에 박종훈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는 12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 개최한 ‘통일복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통일한국 사회복지 정책방향 : 쟁점과 과제’라는 제하의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여해 “일정구역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해당 지역의 교육과 보건의료서비스의 재원을 부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통일 후 가장 우선적으로 북한에 진출할 분야는 결국 기업”이라면서 “이는 공적부조로서의 사회보험 시스템의 초기 모델이 그러했듯이 기업이 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장 하는 것이 좋다. 기업이 없는 지역을 정부가 맡으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남한의 의료서비스의 모델에서 아주 초기에 대형 기업들이 근로자들의 의료 서비스를 책임지던 모습과 유사한 형태가 될 것”이라면서 “훗날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로 전환되면서 중단됐지만, 북한에서는 남한에서와 같이 전 국민 의료보험 시스템을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 이후 북한에 이른 시간 안에 의료기관 및 장비의 현대화가 필요한데 정부의 예산만으로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민간 의료기관이 초기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북한의 고려의학체계를 보전해 북한 지역의 의료체계를 구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남한에서 양·한방 간 마찰이 일어나는 것을 북한식의 양한방 일원화로 발전 정착시키자는 것이다.
박 교수는 “남한에서는 현재 현대 의학과 한방의학이 혼재된 상태에서 많은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면서 “법적으로 두 가지 의학이 모두 정통의학의 자리에 올라 있는데 실제로 두가지 의학이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면서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의 경우 의사 양성과정에서부터 현대 의학과 고려의학을 모두 배움으로써 임상현장에서 현대 의학과 고려의학을 혼용하는 체제를 가지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에서 양·한방이 언제까지 서로 다른 길을 걸을지, 어느시점에서 양·한방 일원화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통일 후 북한이 취하고 있는 일종의 양·한방 일원화 정책이 통일 후 북한 지역 의료에서 정착되는 것도 현재의 대한민국 의료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