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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외환은행 합병 '한지붕 두가족' 극복하려면


입력 2015.02.22 11:20 수정 2015.02.22 11:25        이충재 기자

위기의식 공유+중복부문 최소화하는 '화학적 결합' 필요

서울시 종로구 외환은행 본사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하나금융지주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추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통합절차가 올해 상반기까지 중단된 상태이지만, 논의가 완전히 멈춰선 것은 아니다. 그 사이 통합을 위해 풀어야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과거 은행 간 통합의 파장과 비교해 보면,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은 은행권의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두 은행이 합쳐지면 자산규모는 단숨에 은행권 선두로 올라서게 된다. 시장점유율을 단순 합산했을 때 총여신과 자산, 대기업 대출규모 등에서도 선두권이다.

전문가들은 양행 간 합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외형적 결합이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점 통폐합 등 조직을 압축하면 ‘1+1=1.5’가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화학적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1+1=3’공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은행 간 합병 이후 화학적 결합에 실패해 끊임없는 반목으로 ‘한 지붕 두 가족’살림을 하는 은행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은행권의 시선은 다시 과거로 쏠렸다. ‘합병의 역사에 답이 있다’는 게 하나외환은행 합병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들이 손에 꼽는 모범사례가 지난 2006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이다.

신한‧조흥 합병은 하나의 금융지주 내에서 두 은행체제를 유지하다가 합쳐졌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이 반면교사로 삼을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신한은행은 2003년 9월 조흥은행을 인수한 뒤 3년간 독립운영을 할 당시에 수백개의 태스크포스(TF)를 유지하며 양행 간 화학적 결합을 다졌다.

현재 하나‧외환 통합의 경우, 중복 부분을 최소화하는 ‘압축’작업이 최대 난관이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있는 근원은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과 피합병은행의 인사 불이익 우려다. 사측에선 합병 이후에도 구조조정을 없다고 강조했지만, 직원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프라이드 강한 외환직원, 어떻게 화학적 결합 이끌어내느냐 '관건'

외환은행 노조는 외환은행의 5년 독립경영을 보장한 노사정 합의서인 ‘2.17합의’를 사측이 지키지 않으면서 신뢰가 무너졌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세부 조율을 위한 테이블을 마련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어느 한쪽의 ‘통큰 양보’ 없이는 노사 간 평행선을 좁히기 어렵다.

신한조흥 합병 당시에도 노조는 총파업을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신한은 당시 조흥의 급여 수준을 1년 반 만에 동일한 수준으로 올려줬고, 인사 적체 문제도 3년가량을 조흥 직원의 승진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화학적 결합을 위해선 어느 한쪽의 희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규모나 브랜드 가치가 과거 지방은행 인수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데다 외환은행의 ‘프라이드’가 강하기 때문에 급여나 직급 문제 등을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결국 ‘누가 희생하느냐’가 아닌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하느냐’가 통합을 둘러싼 파열음의 핵심인 셈이다.

은행권에선 신한은행이 통합 후 ‘출신성분’으로 인한 갈등이 없다는 점을 최대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합병과정에서 양행 간 급여 수준을 맞추는 것은 물론 조직문화 융합을 선결과제로 삼은 덕분이다. 신한·조흥 통합 사례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성공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반면 통합 추진이 좌초됐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하나은행의 리테일 경쟁력과 외환은행의 기업금융 경쟁력의 결합이라는 통합 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당시 통합과정의 중심에 있던 신한금융 한 관계자는 “지금도 조직 내에서 ‘내가 어디출신이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직원들이 화학적 결합을 이뤘기 때문”이라며 “해외에 성공사례로 소개되는 것도 이런 조직 문화 화합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조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통합이 추진된다면 상생의 길이 아니다”며 “경영진은 통합의 시너지로 창출되는 이익을 노조와 공유할 수 있는 창조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하고, 경영진과 노조가 합심해야 진정한 통합은행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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