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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폐지된 '간통죄' 북한에는 '가정파탄죄'


입력 2015.02.28 08:43 수정 2015.02.28 08:56        목용재 기자

북한의 '비법혼인 및 가정파탄죄'…1년 이하 '노동단련형' 혹은 2년 이하 '노동교화형'

헌법재판소가 26일 간통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제241조가 위헌이라고 선고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이 위헌 의견을 내놨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입구의 현판.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지난 26일 간통죄 처벌 규정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남한의 간통죄는 폐지됐지만 북한에서는 여전히 ‘가정파탄’이라는 추상적인 명목으로 남한의 간통죄와 유사하게 적용되고 있다.

북한의 행정처벌법 221조(2011년 기준)에 따르면 북한은 ‘부당한 목적과 동기에서 이혼을 하였거나 상습적으로 부화·방탕한 행위를 하였거나 이혼 수속을 하지 않고 다른 대상과 부부생활을 한 자에게 벌금 또는 3개월 이하의 노동교양 처벌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법혼인 및 가정파탄죄’(2012년 기준)라는 제목의 형법 257조도 ‘탐욕, 그 밖의 비열한 동기에서 여러 대상과 혼인하였거나 다른 사람의 가정을 파탄 시킨 자는 1년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한다. 앞항의 행위가 무거운 경우에는 2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7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북한의 행정처벌법과 형법에 명시된 조항들이 우리나라의 간통죄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조항에 부화·방탕행위 등이 명시돼 있다는 것은 이런 현상들이 실제 상당수 있어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북한의 ‘비법혼인 및 가정파탄죄’를 남한의 간통죄와 동일하다고 보기 힘들다는 평가를 내린다. 남한의 간통죄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다른 대상과 성관계를 해야만 성립하지만 북한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정파탄’과 ‘부화·방탕’ 행위는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정학진 법무법인 춘추 변호사는 본보에 “우리나라의 엄격한 법의 기준으로 봤을 때 북한에는 간통죄가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의 간통죄는 간음이 성립해야 하지만 북한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정파탄과 부화·방탕 행위는 해석할 수 있는 폭이 너무 넓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간통죄도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다른 대상과 간음을 해야만 죄가 성립하지만 북한의 경우 명시 조항이 너무 추상적이다”라면서 “북한은 성관계 없이도 ‘가정파탄죄’, ‘비법혼인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에서는 ‘비법혼인 및 가정파탄죄’로 북한 당국의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양강도 혜산 출신의 한 탈북자는 본보에 “북한에 있을 때 지인 가운데 40대 초반의 기혼 여성이 있었는데 연하의 다른 기혼자와 불륜을 한 바 있다”면서 “이 여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남자를 계속 만나러 다녔고 이 여성의 남편과 연하의 기혼자가 함께 이 여성을 고발했다. 이 여성은 1년간 교화소를 다녀왔다”고 증언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이 같은 ‘치정극’에 연루된 사람들의 경우, 법적조치보다는 해임시키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배치를 시키는 등 소속된 근무지에서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북한사회는 고소·고발 자체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혜산 출신의 탈북자는 “북한에서 제 학교의 학교장 경리 업무를 하는 여성과 불륜을 벌였는데 교장에서 철직되고 농장으로 쫓겨 내려갔다”면서 “남여 교사 사이에서도 불륜이 벌어진 적이 있는데, 여교사가 다른 학교로 이동 배치시켰다”고 말했다.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은 “남한에서는 간통이라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부화방탕한 생활을 했다고 표현한다”면서 “이것과 관련해 고소·고발이 이뤄지는 사례는 보지 못했지만 조직차원에서 해당자들을 해임시키는 식으로 조치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서 국장은 “북한 주민들의 경우 개인적인 일 때문에 보안서에 고소·고발할 생각을 잘 하지 못한다”면서 “다만 불륜 당사자들이 알려지면 개인총화를 통해 자아비판을 해야 하고 조직적으로 처벌받는 사례는 많다”고 말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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